이마트, 와인 해외보다 싸게 파는 비결은

입력 2022-10-12 17:27
수정 2022-10-13 01:12
이마트가 미국 등 해외 주요 산지에서 파는 와인보다 싼 가격에 인기 와인을 할인 판매한다. 오랜 경력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춘 베테랑 와인 바이어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막 넘은 시기에 와인을 대량 매입한 덕에 현지보다 싸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

이마트는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간 1000여 종의 와인을 최대 70% 할인 판매하는 ‘2022년 하반기 와인장터’ 행사를 연다고 12일 발표했다. 와인장터는 이마트가 2008년부터 매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진행하는 행사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데 특히 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환율 상승과 주요 와인 산지의 생산량 감소, 인건비 급등 등의 요인으로 수입 와인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서다.

유럽의 대표적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 지방은 최근 2~3년간 냉해를 입어 와인 생산량이 급감했다. 여기에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이 더해져 올해 유럽 와인산 가격은 전년 대비 20~30% 상승했다.

나파밸리 등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는 2020년 발생한 대형 화재 여파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이에 더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면서 미국에서 수입한 와인의 국내 판매 가격은 전년보다 최대 40% 올랐다.

이마트는 이런 와중에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와인을 선보이기 위해 6개월 넘는 기간 동안 이 행사를 준비했다. 프랑스 와인 기사 작위를 받은 와인 바이어가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총동원해 행사 준비를 진두지휘했다.

지난 6월 13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돌파했을 때 명용진 이마트 바이어는 고민 끝에 ‘케이머스’와 ‘이니스프리’ 등 미국 나파밸리 지역의 대표 와인을 대거 추가 매입했다. 환율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내린 조치였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국내 통관 시점을 기준으로 환율을 계산해 대금을 지급한다. 환율 급등으로 매입 가격이 크게 뛸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명 바이어의 빠른 판단 덕에 위기를 모면했다.

지금은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만큼 이마트는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마트가 준비한 일부 와인 판매 가격은 해외 평균 판매 가격보다 낮다.

‘조셉펠프스 이니스프리’의 행사가격은 3만8000원으로 해외 평균 판매가인 43달러(약 6만1000원·와인서처 기준)보다 37.7% 저렴하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