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헐적 채식주의자(플렉시테리언)인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카페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늘어나 반갑다. 우유 대신 두유와 귀리로 만든 오트밀크를 구비한 카페가 조금씩 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채식 식당이 많이 늘어난데다 간편식도 다양해지고 있고, 카페에서도 부담 없이 카페라테를 주문할 수 있게 됐다"며 웃음지었다.
비건(완전 채식주의) 식품 시장이 커지면서 고기(대체육) 뿐 아니라 유제품 대체재도 늘어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비건 유제품에는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등이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분야는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음료들이다.
전통의 강자 두유(콩)에 이어 최근에는 귀리로 만든 오트밀크 등 식물성 원료를 활용해 기존 유제품과 유사한 맛을 내는 비건 제품의 확대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일례로 '아몬드 밀크'로 일찌감치 식물성 음료 시장에 뛰어든 매일유업은 최근 귀리로 만든 오트밀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대체유 시장은 약 8000억원 규모로 7000억원은 두유가, 1000억원은 아몬드 밀크가 차지하고 있다. 아직 오트밀크의 입지는 미미한 상황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8월 선보인 식물성 음료 브랜드 '어메이징오트'를 내세워 시장을 키워간다는 방침이다. 식물성 우유는 채식주의자 뿐 아니라 유당불내증으로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소비자에게도 관심이 높다.
성은주 매일유업 식물성식품 담당 상무는 "내부적으로 오트밀크 시장이 1년에 2배 이상 성장하는 게 목표인데 현재까지 목표치를 거의 달성했다"며 "오트밀크 시장이 2025년 1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커피 전문점 등 기업 측면에서 오트밀크의 입지가 넓어질 수 있을지 여부다. 매일유업은 현재 오트밀크 매출의 10% 미만인 B2B(기업 대 기업 거래) 비중을 향후 30%까지 높인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커피 전문점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트밀크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유업 계열 커피전문점 '폴바셋'뿐 아니라 국내 1위 '스타벅스'가 일찌감치 오트밀크 옵션을 도입했다. 이후 '커피빈'과 '더벤티', '투썸플레이스' 등 프랜차이즈에서도 오트밀크로 만든 메뉴를 맛볼 수 있게 했다.
또다른 비건 유제품에는 치즈, 아이스크림 등이 있다. 코코넛 밀크와 캐슈넛 페이스트 등을 활용해 우유로 만든 치즈와 아이스크림의 식감을 낸 제품들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는 캐나다 '데이야'의 비건 치즈, 케이크, 아이스크림을 들여왔다. 데이야의 치즈는 우유 대신 콩단백·코코넛오일·유채유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들었다. 풀무원다논은 코코넛크림 등으로 만든 식물성 액티비아 요거트를 판매하고 있다. 비건 식품기업 지구인컴퍼니 역시 코코넛 오일로 만든 비건 체다 치즈를 선보였다.
이같은 식물성 음료와 치즈는 버터, 우유, 달걀을 넣지 않은 비건 베이커리와의 연계 가능성에서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소규모 베이커리 브랜드들이 비건 빵을 선보인 데 이어 신세계그룹 계열 식품기업 신세계푸드와 매일유업 등도 식물성 원료를 주로 사용해 만든 식빵 등을 선보였다.
비건 유제품은 비건 수요가 많은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식품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비건 식단 선호 인구가 970만명에 달하는 미국에서 2020년 우유 대체식품 점유율은 35.7%에 달했다. 이는 대체육(20.0%)보다도 월등히 높은 점유율이다.
국내에서도 가치소비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관련 시장이 고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장보기 애플리케이션 마켓컬리에서 지난해 비건 베이커리 판매량이 전년보다 140% 뛰었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마켓컬리에서 지난해 비건 버터와 치즈류 판매량이 48배 이상 폭증했다. 버터,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으면서 맛에서도 큰 거부감이 없는 것이 비건 베이커리가 성장하는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aT는 "소비자 선호별 위상을 살펴보면, 우유대체식, 비건 면류, 대체육, 비건 요거트, 비건 빵류, 비건 간편식이 시장에서 현재 위상 및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 내 주도(Leading) 영역에 있다. 향후 비건식품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