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악화된 국내 증시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이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불법 공매도 등 주가 하락세를 이용한 불공정행위에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한국거래소는 금투협과 공동으로 ‘증권시장 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이 장기화된데다, 한국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서 국내 증시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간담회에는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시장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올해 국내 증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광폭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내내 부진을 거듭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 갈등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악재도 겹쳤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과매도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전날 기준 0.85배로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던 2020년 3월 수준에 근접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저평가된 상황에서는 낮은 가격에 매도하기 보다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레버리지 투자를 통해 손실을 일거에 만회하려는 시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거래소는 불안정한 증시 상황을 안정시키려면 기관투자자들의 협조와 상장사들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가 하락세를 악용하는 불법 공매도는 신속하게 적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의 과매도 추세 완화를 위해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역할을 금투협에 요청한다”며 “자사주 취득한도 확대를 연말까지 연장한 방안도 상장사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했다. 손 이사장은 아울러 “증안펀드 투입과 관련해 필요한 준비 조치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는 기관투자자들의 협조 독려와 함께 시장동향 점검을 위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시장의 불안심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협조해 정확한 시장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도 추진한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증시 수급의 중심축 역할을 하도록 협회 차원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며 “장기투자 활성화 등 중장기 수급안정 과제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