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로 서민들의 금융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가 다양한 정책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출 원금이나 이자의 일부를 감면해주는 프로그램부터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의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대출 및 보증을 제공하는 상품까지 여러 가지 선택지가 마련돼 있다. 주요 정책상품별 지원 내용과 조건 등을 정리해 봤다.◆‘원금 감면’ 새출발기금 출범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타격을 받은 계층 중 하나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아예 영업을 못 하게 된 자영업자들이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125조원 규모 금융부문 민생안전 프로그램 가운데 약 80조원이 소상공인 관련 프로그램이다. 이달 출범한 새출발기금이 대표적이다.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를 대상으론 원금 최대 80%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만 70세 이상 노령자,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라면 감면율이 최대 90%까지 올라간다.
부실 우려 차주는 원금 탕감은 못 받지만 금리 할인과 장기·분할상환 등의 채무조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이 새출발기금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정부가 만든 온라인 플랫폼 ‘새출발기금.kr’을 통해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새출발기금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진 않았지만 연 7% 이상의 고금리 사업자 대출을 보유 중인 자영업자·법인 소기업이라면 신용보증기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보는 이들이 연 6.5% 이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약 41조원 규모 자영업자 맞춤형 자금지원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창업과 사업 확장, 설비투자 등 경쟁력 강화에 29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대출 18조3000억원, 보증 11조4000억원) 지원이 이뤄지는 게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사업주라면 자신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상품을 골라 지원받으면 된다.◆안심전환대출, 대상 확대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도 금리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받은 이들은 대다수가 변동금리를 선택해 금리 급등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들을 위한 정책 금융 상품이 안심전환대출이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다. 한도와 만기는 각각 최대 2억5000만원, 최대 30년이다.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1주택자면서 주택가격이 4억원 이하여야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4억원이라는 기준 때문에 수도권에 주택을 보유한 차주들은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만 주택 가격 기준이 더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 정부는 총 25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만약 이달 중순까지 진행되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접수기간 내에 신청 규모가 25조원에 미달할 경우 주택 가격을 높여 2단계 접수를 개시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세 수요자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이달 초부터 청년·신혼부부 버팀목 대출(전세자금) 한도를 확대했다. 청년의 경우 기존 ‘보증금 1억원 이하 주택, 7000만원까지 대출 지원’에서 ‘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 2억원까지 대출 지원’으로 확대됐다. 신혼부부의 대출 한도도 수도권은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지방은 1억6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늘어났다. 국토부는 ‘생애주기형 구입자금 전환대출’도 새로 도입했다. 결혼 전 디딤돌 대출을 이용하다가 결혼 후에 조건이 더 유리한 신혼부부 우대 디딤돌 대출로 쉽게 갈아탈 수 있게 한 것이다.◆하위 10% 대상 1000만원 보증도금리 인상의 파고는 중저신용자에게 더 높게 다가온다. 이자율 부담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금융회사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지난달 말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을 출시한 것도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다. 신용 점수 하위 10% 이하면서 연 소득이 4500만원을 넘지 않는 최저 신용자로 햇살론15 같은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이 대상이다. 대출 한도는 1000만원이고 금리는 연 15.9%인데, 성실 상환 시 금리를 최대 6%포인트 깎아준다. 상환 방식은 3년 또는 5년 원리금 분할 상환이고, 중도 상환 수수료는 없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