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달러(king dollar)’가 위세를 떨치면서 달러 투자에 관심을 갖는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선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 지수(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올 들어서만 15% 급등해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반면 한국 원화는 18% 떨어져 전 세계 통화 가운데 두 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6개월 만에 1440원을 넘어섰다.
급증한 달러 투자 수요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달러 예금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5대 은행의 지난 9월 말 달러 예금 잔액은 총 638억달러(약 90조원)로 집계됐다. 8월 말(572억달러·약 81조5000억원)에 비하면 한 달 새 66억달러(11.5%)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8월 한 달 동안에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유지하면서 고점 인식이 강해짐에 따라 달러 예금이 소폭 감소했지만, 9월 들어 달러 가치가 더 오르면서 달러 예금도 다시 늘었다”고 설명했다.
달러 예금은 은행 예금이면서 원화 대신 달러를 넣어둘 수 있는 상품이다. 이자는 거의 없지만 환율이 떨어졌을 때 돈을 넣어놨다가 환율이 올랐을 때 인출하면 그만큼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은행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환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 소액이나마 이자소득세가 붙고 환전·입출금 수수료를 내야 한다. 증권사가 고객 예치금으로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하고 약정 기간 후 원리금을 돌려주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은 은행 달러 예금보다 높은 이자율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인기다.
보다 공격적인 달러 투자자는 달러 가치에 직접 연동해 가격이 오르내리는 달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달러채권 ETF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미국달러선물 ETF는 지난 9월 말 시가총액이 1431억원으로 전달보다 511억원 급증했다.
달러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지금의 달러 강세가 향후 최대 6개월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예측을 최근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환율 변동성이 큰 시기에 달러 투자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환차익을 노린 투자보다는 자산의 변동성 위험을 줄이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