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인터넷의 몰락, 암호화폐가 대체한다 [한경 코알라]

입력 2022-10-12 08:47
수정 2022-10-12 09:12


10월 12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해리건 씨의 전화기’에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인 크레이그는 어릴적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사는 소년이다. 어느 날 마을 최고의 재력가인 해리건씨가 일주일에 세번씩 자신의 저택으로 와서 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고, 크레이그는 수락한다. 해리건은 부자이긴 해도 괴팍한 성격에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노인이지만 크레이그는 그에게 책을 읽어주고 가벼운 대화를 내누며 이내 가까워진다. 고등학교에 입학할때까지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며 해리건과 사이가 돈독해진 크레이그는 거동이 불편한 해리건이 혼자 있을때도 잘 지낼수 있게 스마트폰을 선물하고 사용법을 알려준다.

해리건은 오늘 아침에 배달된 월스트리트저널 종이신문에는 미처 실리지 않은 따끈따끈한 속보 뉴스와 실시간 주가 정보를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언제든 원할때 찾아볼 수 있음을 알고 몹시 놀라고 신기해한다. 그러나 그는 이내 스마트폰이 불러올 사회적 부작용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걱정하기에 이른다. “스마트폰에서는 뉴스나 주가 정보를 보는게 모두 공짜야. 심지어 광고도 보이지 않아. 내가 알기로는 신문사에게 광고 수입은 매우 중요한 수입원인데, 이런 것들이 모두 없으면 신문사는 대체 어떻게 돈을 버는거지?”

크레이그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공짜 정보를 일종의 ‘미끼상품’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하지만, 해리건은 그건 미끼가 아니라 입문용 마약이라고 되받아친다. 구글 검색창으로 주식투자 관련 검색을 몇번 하자 그때부터 금융 관련 정보가 보여지는 것은 이 기계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 조그만 기계가 공짜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하고 비용을 요구하기라도 하면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또한 거짓 정보가 흔해지고 진실로 받아들여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까? 비록 영화이긴 하지만 해리건이 늘어놓은 걱정거리는 오늘날 모두 현실이 되었다. 인터넷의 미래, 가짜뉴스, 스팸메일, 줄리안 어산지, 에드워드 스노든 까지.
가짜 계정, 스팸이 넘치는 플랫폼2022년 오늘, 인터넷이 안고있는 문제점은 해리건이 예견한 미래보다 더욱 복잡하게 진화했다. 인공지능(AI)와 자동화라는 기술이 더해지며 인터넷은 가짜계정과 스팸성 메세지가 판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그리 많지도 않은 5000여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 계정이지만 나에게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스팸 메세지들이 날아온다. 모두 이름조차 들어본적 없는 알트코인 투자를 종용하는 내용들이다. 이메일은 또 어떠한가. 언제 어디서 수신에 동의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생소한 서비스들의 뉴스레터가 매일 수신함을 채운다. 신기한 것은 내가 최근 개발자 채용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베트남, 태국, 인도에서까지 개발자를 소개해주겠다는 메일이 온다. 페이스북은 더 가관이다.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럴듯한 익명과 어딘가에서 퍼온 사진으로 가짜 계정을 만들고, 번역기를 돌린게 분명한 어설픈 한국어로 DM을 보내며 나와 “친구가 되고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그런 식으로 접근하여 갖은 이유를 붙여가며 금전을 요구하는 수법일 것이다.

내가 운영하는 샌드뱅크 단체 카톡방에는 수시로 봇(Bot) 계정들이 들어와 주식 리딩방 광고를 도배하고 나가기 일수다. 참다참다 못해 참여코드를 설정해 놓긴 하지만 주기적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또 들어와서 광고로 채팅창을 도배한다. 자동화된 알고리즘 봇으로 스팸성 광고 메세지를 이저리리 뿌리고 다니는 봇 계정은 비단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모든 SNS 에게 커다란 골칫거리다. 트위터에는 이런식으로 똑같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퍼다 나르는 가짜 계정이 적어도 수천만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한창 밀어붙이다가 갑자기 포기한 주된 이유도 이것 때문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측은 가짜 계정이 전체의 5% 미만이라고 주장했지만 머스크는 이를 믿을 수 없다며 입증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트위터가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SNS 플랫폼 입장에서 가짜 계정 현황을 속시원히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SNS의 주된 수입원이 광고매출이기 때문이다. 진짜 계정이든 가짜 계정이든 광고 조회수와 클릭수만 늘면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할 수 있으므로 플랫폼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올라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짜 계정들이 너무 늘어나면 실사용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가중되기 때문에 그냥 두고볼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보통 SNS 플랫폼들은 어느정도 선까지는 가짜 계정과 스팸성 광고 메세지가 늘어나는 것을 용인하다가 실사용자들의 불만이 슬슬 터져나온다 싶을 때쯤 가짜 계정들을 색출하여 삭제하고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곤 한다.

요새는 AI(인공지능)까지 가짜 계정 생성에 활용되어 문제다. AI 기술은 가짜 계정 색출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AI는 자가학습 능력이 있기때문에 스팸 봇을 감지하기 위해 플랫폼 측에서 만든 패턴을 학습하여 그것을 회피하는 스팸 전략을 만들어낸다. 플랫폼 측에서 없애고 싶어도 없앨 수 없는 가짜 계정은 진짜 큰 문제다. 가짜 계정은 광고 조회수와 클릭수를 높여주지만 결국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 광고비용을 낭비하는 셈이다. 그러면 광고 건수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플랫폼은 빠져나간 광고를 되찾기 위해 더 많은 가짜 계정을 용인하는 덫에 빠지는 것이다.
가짜계정 없는 암호화폐 SNSSNS 플랫폼이 이 문제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메세지(또는 포스팅)당 소정의 금액을 과금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동일한 텍스트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뿌려대는 행위에 비용이 발생하게 되므로 스패머가 가짜 계정을 만들 요인이 줄어든다. 물론 일반 유저들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비용이 과금되기 때문에 상당한 과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SNS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나아가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항상 공짜였다. 그러니 이용해 보기도 전에 돈부터 내라고 하는 서비스는 어색하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이런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바로 지난 알쓸?잡 칼럼을 통해서도 몇번 공개한 적이 있는 비트코인 레이어 3 솔루션들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탈중앙 네트워크를 통해 채팅과 이미지 파일들이 전송되는 ‘스핑크스챗’ SNS 에서는 이용자들이 그룹 챗에 입장할때, 그리고 메세지를 보낼 때 소정의 사토시(비트코인을 1억분의 1로 나눈 최소단위)가 차감된다. 스핑크스챗의 수익모델이 기존 플랫폼들과 다른 점은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많은 광고를 유치해 매출을 올리는 구조가 아니라, 이용자에게 직접 통행료를 받는다는 점이다.

통행료 과금 방식은 다양하다. 집에 노드를 설치하지 않은 이용자를 위해 대신 노드를 호스팅 해주고 노드 대여료를 받을 수도 있고, 이용자간에 주고받는 사토시 수수료의 일부를 플랫폼 이용 수수료로 부과할 수도 있다. 서비스가 공짜가 아닌 점만 다를 뿐, 기존 플랫폼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록 수확체증의 법칙에 따라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는 똑같다. 물론 더 이상 가짜 계정과 스팸 봇에 기대어 억지로 광고를 유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이용자들은 가짜 계정과 스팸이 사라진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과 보다 양질의 정보를 교류하며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다. 공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아니라 내가 쓰는만큼 네트워크에서 요구하는 적정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개인정보나 행동 데이터를 플랫폼에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귀찮은 마케팅 수신동의를 할 필요가 없고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광고전화가 걸려올 일도 없다. 물론 메세지나 이미지를 보낼때마다 소정의 사토시를 내야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부담된다고 느낄수는 있을것이다. 그러나 2022년 10월 기준, 라이트닝 네트워크(비트코인의 트랜잭션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레이어 2 솔루션)의 트랜잭션당 수수료가 1 사토시(약 0.3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메세지 1만개를 보내도 3000원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가짜 계정을 활용한 스팸성 광고와 그것을 더욱 촉진시키는 AI 기술의 발전은 결국, 인터넷을 플랫폼 기업 중심의 환경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환경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그동안 인터넷은 사실상 플랫폼 기업들이 광고매출을 더 많이 올리기 위해서 이용자들의 불편을 등한시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웹 3.0’ 이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인터넷에선 일반 이용자들이 다시 의사결정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서서 본인들이 원하는 정보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존하는 블록체인 중 가장 안전하고 탈중앙화 되어있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웹 3.0의 뼈대를 이루는 기본 레이어로서 새로운 인터넷 산업의 발전과 번영을 함께할 것으로 기대된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