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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가 일본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인프라 대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팔린다. 샤프 이후 6년 만에 일본 대표 기업이 해외에 팔리는 일은 일단 면하게 됐다.
일본 미디어들은 도시바 이사회가 회사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일본산업파트너스(JIP)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12일 보도했다. JIP는 일본 민간 전력회사인 주부전력, 종합 금융그룹인 오릭스 등 일본 대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를 인수한다. 두 회사는 각각 1000억엔 가량을 JIP에 출자할 예정이다.
JIP는 JR도카이, 도레이, 일본생명 등 다른 일본 대기업에도 컨소시엄 참여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는 인프라 기업들은 모두 도시바와 사업상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도시바는 원자력발전 및 화력발전 기기의 제조와 보수 사업을 운영한다. 철도 사업 부문에서도 차량 구동 전원 시스템, 배터리, 운행 관리 시스템 관련 제품을 다수 생산한다. 도시바의 고객사인 이들은 해외 PE가 도시바를 인수하는 상황을 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JIP 컨소시엄은 도시바 인수 가격으로 2조엔 중반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후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들여 도시바를 상장 폐지하는 비용을 포함한 액수다. 도시바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2조2000억엔(약 21조6715억원)이다.
지난달 말 본입찰에는 JIP 컨소시엄 외에 일본 국부펀드인 일본투자공사(JIC)와 미국 PEF 베인캐피털, 한국계 PEF MBK파트너스 컨소시엄도 참여했다. 베인과 MBK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 선정 경쟁에서 고배를 마심에 따라 도시바가 해외에 팔리는 것은 면하게 됐다.
그동안 일본 언론들은 2016년 샤프가 대만 혼하이정밀에 매각된 이후 6년 만에 일본 대기업이 해외 자본에 팔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도시바가 일본 PEF-대기업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인수 가격 이외에 일본 정부의 승인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발전소 등 경제안보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도시바를 인수하려면 일본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일본 대기업과 투자회사의 컨소시엄이 정부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관건은 JIP의 자금력이다. JIP는 1조엔 가량을 자체조달하고 나머지 인수금은 일본 기업의 출자와 인수금융(M&A 자금대출)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약 한 달 남짓인 우선협상 기간 동안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도시바도 JIP가 자금 마련에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 JIC 컨소시엄과도 협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JIP는 일본 3위 금융그룹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일본 최대 통신회사인 NTT의 자회사 NTT데이터, 컨설팅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재팬이 공동 설립한 일본계 PEF다. 2014년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독립 PEF가 됐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