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무차별적인 미사일 공격을 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했다. 미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첨단 방공시스템을 비롯한 군사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크림대교 폭발 사건으로 자존심이 짓밟힌 러시아는 이날 하루 동안 우크라이나 곳곳에 80개가 넘는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바이든 "잔인한 푸틴" 비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미스터 푸틴(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불법 전쟁의 잔인함을 다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공격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더욱 강화할 뿐”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첨단 방공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자체 방어에 필요한 지원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늑장 지원으로 비판 받아온 독일도 조만간 첨단 방공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인도하기로 했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지난 6월)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던 IRIS-T SLM 방공시트템 네 대 중 한 대를 며칠 내 제공하겠다”고 했다.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의지를 밝힌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피의 보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하루 동안 84개가 넘는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중 43발은 방공시스템에 의해 요격됐고 드론 24대 중 13대는 격추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이번 공격은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로 인해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97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날아들었다. 이날 오전 8시께 수도 키이우 도심으로 떨어진 미사일은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을 덮쳤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와 북동부 하르키우, 중남부 자포리자 등 최소 12개의 도시가 표적이 됐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키이우를 포함한 8개 지역에서 난방과 전기를 공급하는 민간 기반시설 11곳이 파손됐다”고 말했다.
궁지 몰린 푸틴, 보복 감행러시아의 대대적인 공습은 지난 8일 크림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응징이란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도 이번 공격이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자인했다. 그는 이날 안보회의에서 “크림대교 폭발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의 테러 행위”라며 “우리 영토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다리로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 역할을 했다. 2018년 개통 당시에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트럭을 몰고 크림대교를 건너기도 했다.
이처럼 상징성이 큰 크림대교가 폭발하자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 강경파들의 불만은 높아졌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크림대교마저 파괴되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WSJ에 “전세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흘러감에 따라 러시아가 점점 더 절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쪽과 동쪽에서 어렵게 점령한 영토를 잃게 되자 푸틴 대통령이 강경파들의 압력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11일 열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주요 7개국(G7) 정상간 긴급 화상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책을 논의할 전망이다. 유엔은 10일 뉴욕 본부에서 긴급특별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강제 합병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해 논의했다. 결의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네 곳에서 실시한 주민투표를 국제법상 효력이 없는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일방적인 병합 선언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 표결은 오는 12~13일께 진행될 전망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