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전기자동차와 바이오·친환경 소재, NB라텍스 등 핵심 사업에 6조원을 투자한다. 1970년 창립 이후 최대 규모 투자다.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주력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사세를 대폭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개년 중장기 투자계획을 지난 6월 발표했다. 우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선도사업 체계 구축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ESG 사업 부문은 신재생에너지 전환과 발전사업 에너지 효율화가 핵심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9%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담 부서를 통해 구체적 실행안을 수립 중이다.
전기·수소 기반 친환경 자동차 소재 사업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에 사용되는 친환경 원료(바이오실리카)를 개발하는 등 친환경·바이오 소재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품의 우수한 기능을 유지하면서 환경친화적인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2차전지 소재로 활용되는 탄소나노튜브(CNT)와 전기차 경량화 소재인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등 미래 성장 사업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핵심 사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3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세계 1위 NB라텍스 초일류 메이커로서 기술 및 생산능력 격차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NB라텍스는 의료·산업·요리용으로 폭넓게 활용되는 라텍스 장갑 소재다. 금호석유화학은 글로벌 NB라텍스 시장에서 점유율 30%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제품은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금호석유화학이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인 2조406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실적을 앞세워 금호석유화학그룹은 공정자산 기준 재계 자산 순위를 지난해 55위에서 올해 49위로 여섯 계단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현재 연 71만t가량인 NB라텍스 생산 규모를 2023년 말까지 95만t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후 시장 상황을 감안해 2030년까지 연 최대 130만t으로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의 100% 자회사인 금호폴리켐도 기능성 합성고무(EPDM) 설비 증설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 금호폴리켐은 최근 EPDM 생산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294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증설로 여수 금호폴리켐 EPDM 설비 생산능력은 24만t에서 31만t으로 확대된다. 투자 기간은 올해부터 2024년 10월까지다.
EPDM은 강도와 내구성이 우수한 합성고무로 범퍼 등 자동차 부품과 전선 절연 피복 소재, 타이어 튜브 등 산업 전반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금호폴리켐은 지난해 EPDM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 수준으로 아시아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