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궁극적 지향점은 글로벌 넘버 원 생활문화기업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18년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 내건 이 같은 목표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CJ제일제당 식품사업 매출이 분기당 1조원을 넘어섰다. CJ ENM이 투자하고 배급하는 콘텐츠는 해외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이 회장이 삼성으로부터 분리된 직후인 1995년부터 27년간 뿌려온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CJ그룹이 K컬처, K푸드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CJ그룹은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행복·건강(wellness)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등 4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20조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제일제당, ‘비비고’ 앞세워 글로벌화CJ그룹의 주력사인 CJ제일제당은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서 K푸드 전파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글로벌 식품 매출은 분기별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브랜드 ‘비비고’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2020년부터 ‘비비고 만두’만으로 1조원이 넘는 글로벌 매출을 올리고 있다. 비비고 브랜드는 100여 개 제품이 72개국에 진출해 있다.
올해 인수한 지 3년 된 미국 ‘슈완스’ 효과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CJ제일제당 식품 매출은 4조5942억원으로 해외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인 47%까지 확대됐다. 슈완스 인수 직전인 2018년 식품 매출 해외 비중은 14% 수준이었다. CJ그룹 관계자는 “슈완스 인수는 CJ제일제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식물성 식품 新성장동력 육성CJ제일제당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식물성 식품 사업을 키우고 있다. 식물성 식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6조4000억원으로 추정되며, 매년 평균 두 자릿수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했다. 비건 만두와 김치를 시작으로 식물성 식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고기를 대체하는 식물성 소재 ‘TVP(textured vegetable protein)’를 자체 개발했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을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바이오사업 부문도 그룹의 미래 먹거리다. CJ제일제당의 ‘그린 바이오(농업·식품)’ 사업은 50년 이상 축적된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라이신, 트립토판, 발린, 핵산, 농축대두단백 등 5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바닷물에서 100% 생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화이트 바이오(환경·에너지)’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에서 이 소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레드바이오(의료·제약) 부문에선 지난해 7월 인체 내 미생물을 통칭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인 천랩을 인수해 올 1월 ‘CJ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바꾸며 탄탄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美 대중문화 4대 시상식 중 3개 석권국내 기업 중에선 글로벌 문화사업 부문에서 CJ가 가장 앞서 있다. CJ ENM은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4대 시상식 가운데 그래미상을 제외한 3개 상을 모두 석권했다. 이는 한국 콘텐츠 기업이 이룬 최초의 성과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을 수상해 돌풍을 일으켰다. 2013년 ‘킹키부츠’에 이어 지난해 ‘물랑루즈’, 올해 ‘MJ’ 등 뮤지컬이 잇따라 토니상을 수상했다. 올해 미국 제작 스튜디오 피프스 시즌이 제작 참여한 ‘세브란스: 단절’이 에미상을 탄 것도 큰 성과다.
특히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CJ ENM이 투자·배급한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두 편이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기생충’에 이어 다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해외 매출 비중이 1분기 38.3%, 2분기 44.5%까지 증가하며 매출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CJ ENM은 올해 경기 파주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제작 인프라를 갖춘 ‘CJ ENM 스튜디오 센터’를 열었다. 첨단 제작 인프라인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 등 총 13개 동의 스튜디오를 갖췄으며 실내 스튜디오, 야외 오픈세트 등이 한곳에 모여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