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올해 1월 시가총액 200조원을 처음으로 넘겼다.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덕분이다. 주요 그룹 통합 시총 순위도 2위로 껑충 올라섰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현재 112조~113조원 수준이다. LG그룹 전체는 211조원 안팎이다.
LG그룹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고객가치 실천’을 경영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고객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신기술과 신제품을 만드는 게 전사적인 목표다. 미래형 가전,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기차 배터리, 클린테크 등에 집중 투자하며 차세대 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미래 고객 관점서 고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전략’을 주제로 사장단 워크숍을 열었다. LG그룹이 사장단 오프라인 워크숍을 연 것은 2019년 9월 이후 3년 만이다. 이 자리에는 구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사업본부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워크숍에서 줄곧 ‘고객 경험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첫째도 둘째도 철저히 미래 고객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미래 고객이 누구이고, 그들이 정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수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내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구 회장과 사장단은 5년 뒤, 10년 뒤 미래 포트폴리오 방향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경영 환경이 어려울수록 그 환경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LG가 만들어낼 고객 경험, 상품, 솔루션, 브랜드 등이 고객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계열사, 경쟁력 강화 올인구 회장이 강조하는 고객 경험은 구매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용할 때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를 신경 써서, 혁신적이면서도 좋은 경험을 제공하려는 취지다.
LG전자가 올해 1월 새로운 기능이 생기면 선택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업(UP) 가전’을 도입한 것은 고객 경험 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현재까지 출시한 업 가전은 총 19개다. 100여 개 업그레이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는 순간 구형이 되는 통상적인 가전제품의 한계를 넘었다는 평가가 많다”며 “진화하는 생활가전으로 더 편리한 일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식장 위에 두거나 벽에 거는 TV를 자유롭게 옮기며 시청하고 싶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LG 스탠바이미’도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가정용 식물 재배기 ‘LG 틔운’, 가정용 수제 맥주 제조기 ‘LG 홈브루’ 등 기존에 없던 가전 제품군까지 꾸준히 출시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차세대 화질’로 꼽히는 OLED 기술을 더 발전시킨 ‘EX 테크놀로지’를 개발했다. 고객에게 더욱 몰입감 있는 화면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구현한 기술로 전해졌다. EX 테크놀로지는 OLED 화질의 핵심이자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 소자에 ‘중(重)수소 기술’과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이뤄져 있다. 기존 OLED 대비 화면 밝기(휘도)를 30% 높이고, 자연의 색은 보다 정교하게 재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초’ 기술과 제품을 두루 확보하고 있다. 배터리 충전 속도를 줄여주는 ‘더블 레이어’ 코팅 기술을 비롯해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전고체, 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및 스마트팩토리 구현에도 나섰다. ○사업 고도화·미래 준비LG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이자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고 있다. 기술 및 제품 연구개발을 통해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특히 친환경 PCR 플라스틱을 개발하며 폐플라스틱 자원의 선순환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2020년엔 세계 최초로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 구현이 가능한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생분해성 소재의 유연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LG화학은 확보한 신기술을 바탕으로 생분해성 소재 시장 진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LG그룹의 대표 통신·미디어 계열사인 LG유플러스의 모토는 ‘고객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한다’다.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 5G(5세대) 통신 상용화, XR 5G 콘텐츠 수출 등으로 통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 기업으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를 넘어 스마트모빌리티, 보안, 스마트팩토리 등 B2B(기업 간 거래) 분야 신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5G 네트워크를 통한 도심항공교통(UAM) 관리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은 이런 전략에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상공의 교통흐름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UAM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채용도 추진하고 있다. LG는 지난 5월 2026년까지 매년 약 1만 명씩 5만 명의 인재를 직접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3년간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친환경 소재, 배터리 등 연구개발(R&D) 분야에서만 3000명 이상을 선발한다. 미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전체 채용 인원의 10% 이상을 R&D 인력으로 채우기로 했다는 게 LG 측 설명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