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은 수소연료전지가 연간 150만t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천연가스를 4000억원가량 구매해 한국전력 적자 심화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11일 한전의 발전자회사 5곳(남동·동서·남부·서부·중부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연료전지 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이들 6개 회사는 연료전지로 생산한 수소를 한전에 판매해 벌어들인 돈(6970억원)의 절반 이상인 3994억원이 신재생공급인증서(REC) 수익이었다. 발전자회사들이 사실상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에 해당하는 REC 판매수익으로 수지를 맞췄지만, 이는 모두 한전의 재무 부담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정부에서 수소연료전지는 친환경발전원으로 각광받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청정수소발전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수소법 개정안도 통과돼 수소경제 가속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문제는 현재 수소는 천연가스 개질 등을 통해서 생산하고 있어서 탄소배출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연료전지를 통해 생산되는 수소를 '그레이수소'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 탓에 지난해 발전자회사들은 연료전지용 천연가스를 구매에는 총 3970억원 사용했고, 연료전지 투자비로만 1조8000억원을 지출했다. 또 한수원(48만1000t), 서부발전(32만4000t), 남부발전(31만1000t) 등 발전자회사들은 이 과정에서 총 150만7000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에는 도움이 안 되고, 전력 구매비용만 높이는 연료전지 사업이 친환경의 탈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무경 의원은 "친환경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한 결과 반환경 연료전지 사업에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쓰이고 있다"며 "이는 한전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경제 달성을 위해서 수소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고, 연료전지는 수소 산업 기술 발전 과정의 과도기적 기술이라는 입장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청정수소가 개발되기까지는 아직 기술적 문제를 더 해결해야 한다"며 "그때까지 수소 산업을 지키고, 관련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서 연료전지 사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