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채 금리가 또다시 급등했다. 대규모 감세안으로 시장 혼란을 촉발했던 영국 재무부와 중앙은행(BOE)이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추가 조치를 발표했지만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68%로 전날보다 0.29%포인트 뛰었다. 10년 만기 물가연동채 금리는 연 1.24%로 0.64%포인트 올랐다. 1992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0.35%포인트 상승해 연 4.42%로 높아졌다.
런던의 뉴욕멜론은행 선임전략가인 제프리 유는 “BOE가 시장을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시장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연기금의 유동성 확보를 도울 순 있지만 금리 상승을 막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대니얼라 해손 캐피털닷컴 시장분석가도 “영국 채권 투매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며 “BOE가 긴급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BOE의 긴급 채권 매입 종료를 앞두고 시장 불안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BOE는 오는 14일까지 최대 650억파운드 규모의 긴급 채권 매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영국 정부가 450억파운드 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뒤 영국 채권 가격이 급락(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임)하자 BOE는 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 매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BOE는 채권 매입 종료를 앞두고 10일 추가 안정 조치를 내놨다. 예정대로 14일 종료하되 그때까지 하루 매입 한도를 50억파운드에서 100억파운드로 늘리기로 했다. 내달 10일까지 연기금 유동성 지원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운영 계획도 공개했다. 연기금이 담보 채권 가치 하락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재무부 역시 예산안과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중기재정전망 발표 시점을 이달 31일로 3주가량 앞당기는 안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날 오후 시장에서 영국 국채 금리가 다시금 폭등세를 보임에 따라 BOE의 추가 조치와 재무부의 일정 조정 등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