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 "자산 가격, 적정 수준 돌아와…시장에 남아 전진하라"

입력 2022-10-10 18:03
수정 2022-10-11 01:2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마켓 사이클’ 전문가다. 현재의 마켓 사이클을 진단한 후 공격적으로 투자할 때인지, 방어할 때인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그는 지난 6일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경 글로벌마켓 콘퍼런스 NYC 2022’에서 현재 시장을 ‘평형상태(equilibrium)’라고 진단했다.

“눈에 보이게 고평가되거나 저평가된 자산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공격도 방어도 아닌) 시장에 남아 있을 때”라고 조언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많은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고 있지만 이는 1년 반 전 ‘FOMO(fear of missing out·혼자 소외되는 두려움)’ 때문에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인 것만큼 실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막스 회장은 이날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밀레니엄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정 글로벌 에쿼티 부대표와의 대담 형식으로 시장 상황을 진단하고 투자 원칙을 제시했다. 남들과 다르게, 유연하게 사고하라“시장에 남아 있으라”는 그의 조언은 시장역행(contrarian) 투자자인 막스 회장의 투자 철학을 담고 있다. 그는 “자산 가격이 오를 때 방어적으로 투자하고, 가격이 하락할 때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대부분 사람은 인간의 본성 때문에 반대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1년 반 전 많은 사람이 기술주와 암호화폐에 투자했는데 당시 시장에는 과도함이 있었고 방어적으로 투자해야 할 때였다”고 말했다. 막스 회장은 “지금은 과도함이 사라지고 대부분 자산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막스 회장은 투자에서 열린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1978년 처음 자산운용업에 몸담았을 때 기관투자가의 95%는 투자부적격 등급인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나는 하이일드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군중심리’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르게 사고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또 “가치 투자와 성장주 투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스 회장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대표적인 가치투자자지만 그가 했던 투자 중 두 번째로 성공적인 투자는 애플이었다”며 “버핏도 열린 자세를 갖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수익 내는 시대 끝났다막스 회장은 “1976년 메인주의 한 은행에서 받은 대출 전표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당시 이자가 연 22.25%였다”며 “2021년에는 연 2%면 돈을 빌릴 수 있었으니 40여 년간 금리가 20%포인트나 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40년 넘는 금리 하강기에 투자자들은 돈을 빌려 투자하고 더 낮은 금리로 차환해 수익률을 높여왔다”며 “이들은 시장이 좋아서 돈을 번 것이지 자신이 똑똑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막스 회장은 “금리상승기에 맞춰 투자 전략을 완전히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1980년대 나의 계모가 16% 금리의 1년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를 사놓고 기뻐하길래 연 10% 금리의 10년짜리 CD를 사는 게 낫지 않냐고 하자 ‘아니다’라고 하더라”며 “1년에 16%의 수익을 내는 것보다 10년 동안 연 10%의 수익을 내는 게 훨씬 좋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하워드 막스는 누구
1995년 오크트리 공동창업 투자자에 보내는 '메모' 유명1995년 부실채권 전문 운용사인 오크트리캐피털을 공동 창업해 세계 최대 규모 크레디트 운용사로 성장시켰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 투자자이자 오피니언 리더로 불린다. 막스 회장이 시장에 관한 시각을 담아 고객들에게 보내는 ‘메모(memo)’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이메일 수신 박스에서 가장 먼저 열어보는 레터로 언제나 배울 게 있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크트리캐피털은 2019년 캐나다의 브룩필드 자산운용이 지분 62%를 사들였다. 공동 창업자인 막스 회장과 브루스 카시 회장 등은 38%의 지분을 보유한 채 오크트리를 예전처럼 경영하고 있다. 막스 회장은 콘퍼런스에서 “10여 년 전부터 실무를 하지 않고 책과 글을 쓰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며 “내게 마지막 남은 역할은 너무 많은 리스크를 지지 않고 서로 도우면서 일하는 오크트리의 문화와 가치가 계속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안상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