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된 차량이 불상의 사유로 파손됐다며 동네 카센터를 경유해 대형 정비업체에 수리를 맡기고 자동차 보험금을 청구한 A씨. 보험사 직원이 정비업체를 찾아 차량을 확인하던 중 차량 손상 부위를 표시한 매직 자국 위로 차량이 재차 손상된 흔적을 발견했다. 업체 측이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멀쩡한 부분을 고의로 파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정비업체의 과잉 수리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들이 보험료 부담 증대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 국산차 평균 수리비는 최근 2년간 10% 뛰었고, 수입차 수리비는 지역에 따라 최대 두 배 넘게 차이 날 만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부품을 순정으로 둔갑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수리 부품비용 허위 청구 같은 보험사기 사례가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정비업체는 입고 차량을 수리하면서 100% 순정부품을 사용했다며 보험사에 약 29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순정부품은 약 48만원어치만 사용했고, 나머지는 모두 중고 부품을 썼다. 보험사가 이 업체의 최근 5년간 부품 청구 내역을 모두 살펴본 결과 4800만원 상당을 불법 청구한 것을 확인했다.
‘사진 끼워 넣기’ 수법도 동원되고 있다. 사고 접수 차량이 아니라 다른 차량의 사진을 수리비 청구 목록에 슬쩍 끼워 넣어 수리가 이뤄진 것처럼 둔갑시키는 것이다. 가벼운 추돌사고로 범퍼만 살짝 긁혔을 뿐인데 트렁크와 펜더까지 모조리 갈아버리는 과잉 수리 사례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수리비는 시간당 공임에 수리시간을 곱한 값으로 책정되는데, 수리기간을 부풀리는 업체도 적지 않다”고 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국산차 평균 수리비는 건당 83만7000원으로 2020년 2분기(75만5000원)보다 8만2000원(11%) 늘었다. A광역자치단체의 수입차 평균 수리비가 233만7000원(올 2분기 기준)으로 수리비가 가장 낮은 B지역(114만원)의 두 배를 웃돌고, 전국 평균(170만4000원)과 비교해도 37% 높았다.
지방은 가격대가 그리 높지 않은 수입차 비중이 커 전국 평균보다 수리비가 낮게 나올 수 있다. 금융권은 문제의 정비업체들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이 이 같은 지역 편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개정해야”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를 저지른 정비업소 종사자는 2019년 1071명에서 작년 1699명으로 628명(58.6%) 증가했다. 일부 문제 업체는 악성 민원을 제기하거나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사 직원의 현장 방문을 방해해 골머리를 앓는 보험사 손해사정업무 직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보험료 할증,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관리사업자(정비업자)의 의무에 ‘경미 손상 수리기준 준수’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범퍼와 후드 등 7개 외장 부품에 경미한 손상이 발생하면 부품 교체 없이 판금 도장 등 복원 수리만 하도록 한 기준이다. 지금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들어 있는 이 기준을 법령에 집어넣으면 지방자치단체의 엄격한 처벌이 가능해져 과잉 수리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