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기업설명회(IR) 담당 임원 영입에 나섰습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서 IR 업무를 총괄하는 주요 보직입니다.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와 솔루션이 제공하는 가치는 꾸준히 커졌지만, 주가는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자 저평가된 주가 흐름을 안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네이버, IR 총괄 임원 뽑는다10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IR 담당 임원 채용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 임원 보직은 IR 업무를 종합 관리하는 한편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주로 담당하게 될 전망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주식 전체 양의 절반 이상을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며 “세계 투자 지형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임원 영입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는 해외 사업과 웹툰 사업 등 신성장동력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적극 알릴 방침입니다. 최근 외인 매도세를 필두로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주요 이유로 분석됩니다.
네이버의 주가는 올들어 57.45% 급락했습니다. 지난 1월3일 주가는 주당 37만6000원이었지만, 지난 7일엔 주당 16만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달 들어선 특히 외인들이 네이버 주식을 연일 팔아치웠습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외국인 계좌는 지난주에만 네이버 주식 7491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소수 계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네이버가 지난 6일 한국거래소의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지난 4·5일 등 3거래일동안 외국계 계좌 10곳에서 전체 네이버 주식 매도량의 46.6%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네이버의 주가는 16.54% 하락했습니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씨티증권은 지난 4일 네이버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바꿨습니다. JP모간, 노무라증권, CLSA 등도 각각 네이버에 대해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JP모간은 네이버 목표 주가를 27만원에서 22만원으로, 노무라는 기존 34만원에서 18만원으로, CLSA는 28만2000원에서 19만원으로 낮췄습니다. 네이버 가진 ‘개미’ 100만명 달해…"장기적 내실 기할 것"최근 콘텐츠와 서비스 범위를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는 것도 네이버가 IR 총괄 임원을 두려는 이유입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를 통해 북미 커머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자회사 네이버웹툰을 통해서는 미국에서 신규 콘텐츠 플랫폼을 출시합니다. 네이버의 리셀(되팔기) 플랫폼 크림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일본 등에서 전자상거래 플랫폼 투자를 부쩍 늘리고 있습니다. 아태지역 주요국을 잇는 ‘크로스보더(국경을 넘은) 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입니다. 더 이상 성장세를 국내 시장만에 의존하진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자금을 끌어올 범위도 그만큼 늘리겠다는 방침입니다.
네이버는 올들어 기업설명회 참여를 부쩍 늘렸습니다. 이달까지 한 달도 빠짐없이 IR 발표(실적발표에 따른 컨퍼런스콜 포함)를 열었습니다.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제외해도 올해 10월까지 IR건수(14건)가 이미 작년 전체 건수를 앞질렀을 정도입니다.
지난 4일엔 북미 최대 중고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를 16억달러(약 2조2800억원)에 인수한다는 발표와 함께 최수연 대표(CEO)와 김남선 CFO가 컨퍼런스콜에 직접 나서 인수 배경과 사업 계획 등을 ‘전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입니다. 작년엔 컨퍼런스콜을 제외하면 12개월간 IR을 13건 했습니다. 2020년엔 실적 컨퍼런스콜을 제외하고는 한 해 중 두 차례만 IR을 개최했습니다.
네이버의 개인 주주는 약 100만명에 달합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개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들어간 종목입니다. 네이버가 중장기적으로 주가 저평가를 해소하려는 이유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일까지 개인들은 삼성전자(17조5867억원) 다음으로 네이버(3조1483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개인 계좌 발 네이버 주식 순매수량이 총 7040억원어치에 달합니다.
네이버는 IR을 중심으로 시장을 설득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거시경제 전반이 얼어붙은 만큼 인위적인 주가 부양은 의미도, 효과도 없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에 대해 열심히 알리고, 서비스를 성공시키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주가를 장기적으로 좋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