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의 주가 반등세가 심상치 않다. 반도체 업황이 올해 말 바닥을 찍고 내년 상반기부터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장주가 상승세를 타면서 관련 소부장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빙하기 끝나간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1~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84%, 9.75% 급등했다.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영향이다. 지난 4일 모건스탠리는 ‘빙하기가 끝나간다’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국가의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주의’에서 ‘매력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8월 ‘반도체 업종에 겨울이 온다’는 보고서를 발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을 촉발한 적 있다.
모건스탠리가 꼽은 아시아 전기전자 최선호주는 SK하이닉스와 대만 TSMC다. SK하이닉스 목표가를 13만원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이 내년 2분기께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시기를 지나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 업황도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는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공급이 증가하고, 수요가 정상화될 때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주가도 과매도권에 진입했기 때문에 저가 매수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저가 매수하라’는 의견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과 내년 초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 업체가 투자를 줄이고 가동률을 본격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저가 매수에 나설 때”라고 조언했다. ○덩달아 뛰는 반도체 소부장株
대장주가 반등을 시작하면서 반도체 소부장주도 덩달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반도체 검사정비 업체 리노공업은 이달 들어 13.33% 상승했다. 원익QnC(14.5%), 원익IPS(7.87%), 솔브레인(12.14%) 등도 강세를 보였다.
최근 반도체 소부장 관련주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로 구성된 코스닥 반도체지수는 올 들어 38% 하락했다. 글로벌 전기전자 업황을 보여주는 MSCI아시아테크지수는 작년 1월 고점 대비 43% 급락했다.
실적과 주가 사이 괴리가 큰 낙폭과대주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최선호주로 에스티아이와 주성엔지니어링, 피에스케이를 꼽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설비 업체인 에스티아이는 고객사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 따라 내년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비메모리로 사업이 다각화돼 있는 게 강점으로 평가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업황이 최악을 찍는 올해 4분기부터 실적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 기간 호실적을 내는 기업들은 내년에도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은 관심 종목으로 HPSP와 원익IPS, 피에스케이, 하나머티리얼즈, 원익QnC 등을 제시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관련주와 반도체 후공정(OST) 업체다.
키움증권은 솔브레인, 테스, 원익IPS, 리노공업 등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매력이 돋보이는 종목으로 추천했다.
심성미/박의명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