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어나자" 해커들도 시위 가담…이란 국영방송 뚫렸다

입력 2022-10-09 18:28
수정 2022-10-09 19:01

이란 국영방송이 사이버 공격을 당해 시위 영상을 송출했다.

영국 방송 BBC 등 외신에 따르면 7일 오후 6시(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인 채널 1번(IRIB)와 채널 6번(IRNN)에서 기존 방송이 끊기면서 11초간 해킹 조직이 만든 영상이 방송되는 방송사고가 일어났다.

이 영상에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불길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 시위를 촉발시킨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모습이 흑백으로 담겼다. 영상에는 "여성, 삶, 자유" 등을 외치는 소리와 "우리와 함께 일어납시다", "당신의 손아귀에서 젊은이들의 피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등의 자막이 담겼다.

이란에선 지난달 말부터 4주째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가 지난달 13일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경찰에 구금됐다가 같은 달 16일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 억압에 반대하는 시위가 도시 곳곳에서 일어났다. 지난 7일 이란 법의학기구는 아미니가 머리에 타격을 입어 사망했다는 주장과 달리 "대뇌 저산소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고 했지만 시위 열기는 가라앉지 않아싸다.

국영방송을 해킹은 '아달라트 알리(알라의 정의)'라는 해킹조직이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은 7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을 자유롭게 만들고자 거리에서 흘린 무고한 피를 위해 우리는 마지막까지 이 일을 계속하겠다"며 "봄은 올 것이며 해킹 영상을 널리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시위대와 보안당국의 갈등으로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이란 사난다즈에서 시위대를 지지하기 위해 차량 경적을 올린 남성을 포함해 2명이 사망했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시위 반대파에 의한 사망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