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천 1순위’로 꼽히는 당원협의회 위원장(당협위원장) 인선을 예고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초 전당대회와 2024년 총선을 앞둔 만큼 새 당협위원장에 친윤(친윤석열) 인사가 대거 투입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 대통령실과 내각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 측근 20여 명이 차기 총선을 위해 당협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계파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진석(사진) 비대상대책위원회는 조만간 ‘사고’ 당협위원장 인선에 나선다. 비어 있는 사고 당협위원장은 전국 253곳 중 67곳이다. 상당수는 지난 6월 지방선거로 공석이 됐다. 6월 국민의힘은 조직위원장 자리 48곳에 대해 공모에 나섰지만,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와 비대위 출범 등 지도부 혼란으로 인선이 중단됐다. 조직위원장은 통상 당협 운영위원회를 거쳐 당협위원장이 된다.
국민의힘은 당협 재정비를 통해 당 조직력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국정감사 직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열고 인선 절차를 밟는 안이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내년 초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연말연시에는 당협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협위원장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공천 1순위로 꼽히는 자리다. 공천관리위원회 등에 공천 대상을 추천하는 권한도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당협위원장 인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오갔다. 201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 시절에는 당협위원장 62명이 한 번에 교체돼 ‘학살’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특히 비례대표와 기존 지역 인사 간 갈등이 잦다. 지역구를 관리해 온 인사가 인지도 높은 비례대표에게 당협을 뺏기는 일이 적지 않아서다. 비례대표 중 전주혜(서울 강동갑), 최승재(서울 마포갑), 서정숙(경기 용인병), 윤창현(대전 동구) 의원 등이 지난 6월 조직위원장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협위원장 인선을 놓고 벌써부터 당내 잡음이 일고 있다. 임시 지도부인 비대위가 당협위원장을 선정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서다. 비대위가 전체 당협 253곳에 대해 당무감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감사 결과에 따라 67곳 외에 추가로 당협위원장이 교체될 수 있다.
한 초선의원은 “사고 당협 67곳을 채운다는 것은 비대위 주장이지 당내 일치된 의견은 아니다”며 “내년 초 전당대회로 뽑힐 새 당대표가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텐데 비대위가 당협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이른 시일 안에 당협위원장을 뽑아 지역구에서 당 홍보를 활발하게 해야 한다”며 “특정 계파로 나뉘어 싸우는 상황이 아니어서 새 지도부가 비대위가 뽑은 당협위원장을 대거 교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협위원장 인선에서 비윤계 인사가 대거 배제되면 당 내홍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총선이 1년6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총선 경합지는 일부 남겨야 한다”며 “대통령실과 내각 등에서 윤 대통령 측근이 총선에 투입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비대위가 사고 당협 20여 곳은 남겨둘 수도 있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