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 반열 오른 시진핑 '공동부유' 전면에…기업들 '초긴장'

입력 2022-10-09 18:09
수정 2022-11-08 00:0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부터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공식 기록상으로 2019년 6회에서 2020년 30회로, 2021년에는 60회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시기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 부동산 정책, 교육·문화산업 규제 등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은 덩샤오핑 이후 성장에 중점을 뒀지만 시진핑 3기부턴 빈부격차 해소 등 분배가 중시될 전망이다. 마오쩌둥 이념으로 복귀중국공산당은 오는 16일 개막하는 20기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대표 정책인 공동부유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8월 30일 회의에서 당대회 주요 의제로 ‘전체 인민 공동부유의 내실 있는 추진’을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동부유의 본질은 분배다.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자본주의’를 표방했던 중국이 경제도 사회주의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지도자와 연결해 보면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에서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으로, 다시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급 지도자로 부상하기 위해 갖춰야 할 사상적 근거가 공동부유다. 공산당은 소득 격차를 줄이는 1차 분배, 세금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2차 분배, 부유층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3차 분배라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들이 일제히 수십조원대 기부에 나서며 납작 엎드린 이유다.

중국 당국은 공동부유가 부자를 죽이는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과 투자자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주중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는 최근 연간보고서에서 중국은 현재 이념이 경제를 압도하면서 예전의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쪼개지는 민간기업 공동부유에는 일부 민간기업이 부를 독점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국진민퇴(국유기업이 앞장서고 민간기업은 퇴장한다)와 연결된다. 시 주석은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경계해야 한다”며 민간 부문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민간기업 국유화와 국유기업 대형화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일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을 통합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업과 시장에 대한 통제 강화는 사회주의의 속성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난해 희토류 산업을 양대 국유기업 체제로 개편했으며 올해는 철광석 국제 거래 전담 기업을 설립했다. 양대 조선사, 양대 화학사의 합병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 중국 기업인은 “시진핑 3기 5년 동안 민간기업 90% 이상이 국가 지배 아래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분 일부나 이사 자리를 국유기업에 헌납하는 식으로 국가의 개입을 공식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중국 기업인은 대부분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경영은 내가 하지만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고 생각하는 게 중국에서 오래 살아남는 길”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짧은 동영상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이미 지분 1%와 이사 자리를 베이징시 국유기업에 내놨다. 텐센트도 비슷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 계열 금융회사 앤트그룹은 당국의 지도 아래 금융지주회사로 재편하면서 결제, 소비자정보, 소액대출, 자산운용 등 각 사업부를 쪼개고 있다. 각 자회사는 국유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실상 국유화의 길을 걷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