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12조원 넘게 들여 이라크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이 사업은 공사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했다. 사업을 일찌감치 접어 부실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지난 7일 ‘비스마야 신도시 및 사회기반시설 공사’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에 공사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한화건설은 “NIC가 비스마야 공사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한화는 이달 31일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비스마야 리스크’가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로 번져나갈 우려가 커진 만큼 일찌감치 사업을 접었다는 평가도 있다. 한화건설이 2012년부터 단독으로 추진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은 사업비만 12조9964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27년 말까지 비스마야 지역에 10만 가구 주택과 학교, 병원 등 19개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NIC가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으면서 손실 위험이 불거졌다. 이번 사업과 관련한 한화건설의 미수금·미청구공사금은 6월 말 8280억원(상각처리대금 제외)으로 나타났다. 미수금은 처음에는 매출채권으로 잡히지만 회수하지 못할 경우 ‘영업외손실’ 형태로 반영된다.
한화건설은 NIC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부채 항목)으로 미수금·미청구공사금(자산 항목)을 상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말 한화건설의 해외공사 선수금은 8078억원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