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8일 만에 남편에게 이혼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남편을 때린 뒤 방치해 숨지게 한 40대 아내가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는 상해치사 혐의와 현주건조물방화,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7?여)에게 각각 징역 8년과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병합해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30일 밤 10시께 강원 원주에 있는 자택에서 남편 B씨(50)와 남편의 지인 C씨 등과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던 중 A씨는 B씨에게 "혼인신고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했고, B씨가 이를 거부하자 옷걸이와 전기장판 등을 이용해 B씨를 폭행한 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사건이 있기 8일 전인 같은해 4월22일 혼인신고를 했다.
당시 A씨는 B씨의 옷을 벗기고 얼굴에 물을 부으며 "너 같은 건 죽어야 된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함께 있던 C씨도 범행에 가담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목이 꺾인 상태로 방치돼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쓰러진 B씨 옆에서 태연히 술을 마시다 뒤늦게 "사람이 누워있는데 숨도 안 쉬고 몸이 차갑다. 저체온증이 온 것 같다"며 119에 신고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A씨의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징역 8년을, 이와 별개로 A씨가 저지른 현주건조물방화, 특수폭행 등 범죄에 대해선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판결들에 불복해 항소했다. 2개 사건을 병합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두 사건이 함께 처벌받았을 때의 형평 등을 고려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률상 배우자인 피해자에게 여러차례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사망이라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머리에 충격을 받아 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 앞에서 술을 마시기까지 했고, 범행 직후에는 저체온증을 보인다고 허위신고를 했으며, 범행 현장을 청소하는 등 죄를 감추려 했다"며 "피해자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고 있고, 다른 범행들도 고려하면 피고인을 엄중하게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