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바닥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내년 초 자사주 매입·소각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7일 발표했다. 국내외 투자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주가 관리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주가 급락에 속을 끓이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날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이런 내용의 주가 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표는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주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2022년 회계결산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법규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주주환원정책 실행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행 시점은 내년 3월 말로 전망된다.
상장과 함께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을 제치며 '금융 대장주'에 등극했던 카카오뱅크는 최근 주가 급락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주 부진에 더해 자체적인 성장성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주가는 고점 대비 80% 급락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도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1만원대로 내려잡은 증권사 리포트도 처음으로 나왔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세 대출이 급격히 둔화되고 금리 인상으로 신용 대출도 역성장하면서 카카오뱅크의 대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다"며 목표주가를 2만4600원에서 1만62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카카오뱅크 주가는 9.4% 하락한 1만8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 고점은 지난해 8월 상장 초기 9만4400원이었다.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결국 윤 대표가 직접 나서 자사주 매입·소각 카드를 내놨다. 2017년 출범, 2019년 흑자 전환한 카카오뱅크는 아직 한 번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을 한 적이 없다. 상법상 자사주 매입 또는 소각에 쓸 수 있는 배당 가능 재원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 회계결산 결과에 따라 배당 가능 이익이 발생하면 바로 주주 환원에 사용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또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의 성과평가 항목(KPI)에 주가 관리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다. 주가 관리를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는 뜻이다.
투자자들과의 소통 강화도 약속했다. 윤 대표는 "올해 11월 초로 예정된 3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는 경영진이 국내 기관투자가와 직접 만나 카카오뱅크의 성과를 설명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해외 기관 투자가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현지를 방문해 성과와 향후 성장 계획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윤 대표는 "대표이사로서 현 상황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보다 많은 투자자와의 접점 확대와 소통을 위해 정기적으로 여의도 오피스에서 투자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윤 대표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6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성장했고, 현재 고객 수 20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증서비스 사업 진출, 이달 말 개인사업자 뱅킹 서비스 출시 등 카카오뱅크의 사업 확장 계획도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