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배터리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소재인 동박 조달처를 SK넥실리스에서 일진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등으로 다변화한다. 동박업체들의 경쟁을 유도해 납품단가를 낮추고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자금 여력이 있는 롯데케미칼에 인수되면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중국 대만 등의 글로벌 동박업체도 잇달아 대규모 증설에 나서며 ‘동박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박터지는 동박 전쟁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진은 최근 구매팀에 동박 조달처 다양화를 지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C 자회사인 SK넥실리스에서 동박의 70%를 공급받고 있는데, 일진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해외 업체의 물량을 장기적으로 늘려가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부 배터리 셀 스펙을 다른 업체의 동박과 맞추는 작업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흑연 실리콘 등 음극활물질에 동박을 발라야 4대 핵심 소재인 음극재가 완성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넥실리스의 동박을 대부분 썼던 이유는 SK넥실리스의 전신이 범LG그룹인 LS엠트론의 동박사업부문이어서다. LS엠트론의 동박사업부문은 2019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KR을 거쳐 2020년 SKC에 인수됐다.
롯데케미칼이 자금 부족으로 증설에 어려움을 겪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점유율 경쟁은 더 가열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동박 등 배터리 소재 분야에 4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증설을 예고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부 물량은 해외에 공장이 있는 현지 업체에서 조달해 구매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조달처 다변화의 이면에는 지난해 벌어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인력 및 기술 유출 관련 갈등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일진머티리얼즈의 매각 과정을 컨설팅해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를 직접 제조하지는 않아 일진머티리얼즈로 다른 배터리업체의 주문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동박업체는 증설 경쟁LG에너지솔루션이 조달처를 다양화하기로 하면서 동박업계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전기차업체의 ‘구애’를 받으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SK넥실리스의 글로벌 동박 점유율은 22%로 1위, 일진머티리얼즈는 13%로 4위였다.
LG에너지솔루션에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납품하던 SK넥실리스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업체와의 협력 확대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 공급 비중이 10%대에 그쳤던 일진머티리얼즈는 납품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의 지원을 바탕으로 설비 투자가 이뤄지면 동박 생산 능력이 확충될 것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조달처 비중에 변화가 있을 것이지만 관련 내용을 말할 순 없다”고 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3분기 매출은 7조6482억원, 영업이익은 5219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9.9%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배터리 원재료 가격의 판매가 연동, 주요 고객사의 전기자동차 판매 증가, 환율 상승 등이 호실적의 배경이다.
김형규/차준호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