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핵 위협 푸틴에 "1962년 쿠바사태 이래 최고조"

입력 2022-10-07 17:44
수정 2022-10-07 17:4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핵전쟁으로 인류가 공멸할 위험성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AP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상원선거위위원회 리셉션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고 "그가 전술핵이나 생화학 무기를 언급할 때 그건 농담이 아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상황이 진행돼온 대로 계속된다면 쿠바 미사일 이래 처음으로 우리는 핵무기 사용의 직접적인 위협에 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존 F. 케네디와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아마겟돈이 일어날 가능성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동서간 냉전이 한창이던 1962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이 미국의 턱밑에 위치한 쿠바에 핵무기를 배치하면서 불거졌다.

미국이 쿠바 해상을 봉쇄하고 군사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초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전 세계가 핵전쟁 위기에 내몰렸으나 물밑 대화 끝에 쿠바와 튀르키예(터키)에 각각 배치된 러시아와 미국 핵무기를 모두 철수시키면서 극적으로 사태가 종결됐는데, 현 상황이 그때만큼이나 위험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존립이 위태롭다고 판단되면 선제 핵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한 러시아 군 독트린도 문제라고 짚었다. 2010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러시아 군 독트린은 '국가 존립에 위협이 있을 때'는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전력으로 공격해오는 적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CNN 방송은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리면서 푸틴 대통령이 과거 케네디 대통령이 경고했었던 것과 같이 '굴욕, 아니면 핵 사용'을 택할 수 있는 궁지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 현재 전략상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한 연설에서 "핵 강국들은 상대방에게 굴욕적인 후퇴냐 핵전쟁이냐의 선택을 하도록 하는 대립을 피해야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제까지 한 발언 중 러시아의 핵 위협 상황을 가장 엄중하게 평가한 언급이라는 취지의 평가를 내렸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갈등 고조 상황을 깊게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발언이며, 어떤 식으로든 핵무기를 사용하면 지구적인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푸틴 대통령에게 암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러시아 측은 거듭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와 합병 조약을 체결한 뒤 한 연설에서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며 과거 2차 세계 대전 때 미국이 일본에 핵무기를 사용한 전례를 거론했다.

그는 같은 달 21일에는 "우리나라 영토의 온전성이 위협받는다면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명백히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