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헤밍웨이·하루키의 작업실에 들어가보니…

입력 2022-10-07 17:35
수정 2022-10-08 00:39
20세기 전반 영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에세이에서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간섭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독립적인 집필실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글 쓰는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 울프만이 아니다. 영국 저널리스트 알렉스 존슨이 쓴 <작가의 방>은 세계에서 사랑받은 작가들과 작품이 탄생한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근사하게 꾸민 서재든, 익명의 호텔 방이든, 카페 구석 자리든 저마다의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창작의 고통과 씨름한다.

이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 제인 오스틴, 어니스트 헤밍웨이, 무라카미 하루키, J K 롤링 등 유명 작가들이 어떤 장소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완성했는지를 다룬다. 혼자만의 조용한 공간을 선호한 작가도 있고, 자신의 공간을 편지와 음반 등으로 개성 있게 꾸민 작가도 있다. 방이 아니라 카페나 자동차, 길거리에서 글을 쓰며 영감을 받는가 하면,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작품을 완성한 작가도 있다.

예컨대 안톤 체호프는 벚꽃동산에 지은 별채에서 그가 사랑한 정원을 내다보면서 <갈매기>를 썼다. 돌아다니며 글 쓰는 것을 좋아한 아서 코넌 도일은 펼치면 책상으로 변하는 여행 가방을 주문 제작하기도 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직접 사냥한 짐승들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1만 장이 넘는 재즈 레코드로, 동화 작가 로알드 달은 자신과 자녀들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사진들로 집필 공간을 꾸몄다.

존슨이 작가의 방을 소개할 때마다 제임스 오시스의 일러스트가 곁들여져 마치 작가의 방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집필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책상에 놓인 소품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묘사한다. 책과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쓰고 싶은 마음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방식이 좋은 참고가 될 수도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