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손자병법에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란 말이 나옵니다. 회사와 직원들이 원하는 바가 일치하는 조직이 승리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조직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동기화하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실패한 조직보다 오히려 한번 성공한 조직이 그렇습니다. 성공적인 제품, 서비스를 선보이고도 그 다음 행보를 놓고 서로 엇갈리는 목소리를 내다가 경쟁에 밀리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봐왔습니다. 회사와 직원이 같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목표 의식 공유는 회사에 어떤 성과를 가져다줄까요.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알라미와 구글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알라미’ 서비스로 기상한 사용자들이 오늘은 어떤 가치를 느꼈을지 궁금해 하는것으로 바로 다음 일과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와 딜라이트룸의 조직원(딜라이터)들은 매일 오늘은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라미’를 썼는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더할 것은 없는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모은다.
지난해 딜라이트룸은 ‘사용자의 성공적인 아침’을 전사 목표로 정했다. 기존 목표였던 ‘확실하게 깨우는 알람앱’에서 더 나아가 사용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딜라이트룸은 창사 이래 가장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단순 알람앱을 넘어서 ‘모닝 웰니스 앱’으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확장했고 매출은 1년 전보다 2배 넘게 늘어났다. ‘알라미’의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서비스를 끊임없이 고도화해 더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한 덕이다. 월 사용자 규모(MAU)는 450만명으로 늘어났고 누적 다운로드는 어느덧 7000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속 성장하는 기업의 특징: 회사와 직원 간 목표의식의 동기화앱서비스는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부터 큰 도전이다. 많은 전문 인력과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못하면 거의 매월 등장하는 스마트폰 신모델과 실시간으로 변하는 OS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다. 또한 작은 업데이트라도 서비스 기획, 개발, QA(Quality Assurance; 품질 검수)에 이르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알람앱은 그 중에서도 특히 서비스 유지와 수익화가 어려운 분야중 하나다. 스마트폰 기본 알람앱이라는 막강한 경쟁자와 상대해야 하고 에러가 단 1회만 발생해도 사용자 만족도에 치명적이다.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해보라. 곧바로 앱을 지워버릴 수도 있다. 2021년 딜라이트룸은 기본적인 알람 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성공적인 아침'을 위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도 높은 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기능 개발시 안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비즈니스 임팩트가 있더라도 안정성을 해친다면 해당 기획은 선택되지 않았다.
딜라이트룸을 경영하면서 나는 회사와 직원 간 목표의식의 동기화를 가장 중시했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회사와 조직원들이, 나와 훌륭한 동료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비전과 가치에 서로 동의한다면 많은 시너지가 날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전적인 목표 설정의 중요성: 구글이 혁신한 웹브라우저심리학자이자 목표 설정 이론의 창시자 에드윈 로크(Edwin Locke)는 목표와 실제 성과 간 상관관계를 발견하기 위해 수십 차례 연구를 진행했다. 그가 내린 최종 결론은 "힘든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쉬운 일을 하는 사람보다 목표 달성 가능성은 낮지만, 더 높은 성과를 일관적으로 보여주었다".
구글 또한 '도전적인 목표'의 중요성을 항상 인지하고 있었다. 구글은 목표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필수 목표와 도전적인 목표다.
필수 목표는 신제품 출시, 채용, 고객 등 경영과 관련된 성과다. 100% 달성해야만 회사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완벽을 추구한다. 도전적인 목표는 미래지향적이고 높은 리스크를 가진 아이디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조직이 총력을 다하지만, 특성상 완벽한 성취가 힘들다. 평균 40%의 실패는 구글에서 일상이었다고 한다.
2008년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를 출시했다. 이미 시장에는 다양한 웹브라우저가 있었다. 하지만 구글은 크롬을 일종의 운영 시스템(OS)로 생각했다. 단순한 웹브라우저를 넘어, 사용자들이 크롬 환경에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생태계를 이루도록 지원할 계획이었다.
당시 제품 관리 부서는 최종 목표를 "웹 어플리케이션을 위한 차세대 클라이언트 플랫폼 개발"로 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성과는 "매일 크롬 브라우저를 쓰는 사용자 수를 2000만명으로 확대하기"였다.
핵심 성과 달성을 위해 구글은 레이턴시(Latency; 데이터 전송 지연)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로젝트명은 "V8"으로, 고성능 자동차 엔진에서 착안했다. 자바 스크립트 성능을 크게 향상시켜, 웹상에서도 어플리케이션이 데스크톱만큼 부드럽게 작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다. 웹 브라우저 속도를 극한으로 추구해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당시 누구도 하지 못했다.
구글은 V8이라는 도전적인 목표 설정을 통해 경쟁 제품을 압도하는 성능을 구현했지만 결국 목표 사용자수 2000만명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2009년 목표 사용자 수를 5000만명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또 다시 실패했다. 2010년에는 1억 1100만 명을 목표했다. 이번에는 성공이었다. 크롬 출시 후 2년만이었다.
구글은 2년동안 목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크롬 브라우저의 성능과 확장성을 놀라운 경지에 이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2010년 목표 사용자 규모를 달성했을 당시, 구글은 크롬 윈도우 버전뿐 아니라 OS X와 리눅스까지 확장을 완료했고, V8 엔진의 빠른 속도에 힘입어 수많은 서드파티 어플리케이션이 유통되고 있었다. 또한, 크롬은 특유의 단순하고 안전한 운영 시스템으로 모바일에까지 성공적으로 이식되었다. 오늘날 크롬 사용자 규모는 모바일 시장에서만 10억명을 넘어섰다. 딜라이트룸과 딜라이터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게 된 계기도전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문화가 조직에 뿌리내리려면 한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수평적이고 건설적인 소통 문화다. 단순히 달성률로 성과를 관리하고 건설적인 논의가 없는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익숙한 조직은 새로운 가치나 혁신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딜라이트룸은 2018년 4분기 들어 목표 중심적인 문화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13년 법인 설립 후 약 5년이 지난 시점이다. 계기는 서비스 규모가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의견 차이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생산적이지 못한 토론이 잦아지면서 업무 효율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딜라이터들과 깊은 이야기를 하며 딜라이트룸이 가야하는 목표를 잡는 일부터 시작했다. 제품에 대해 가진 생각이 모두 달랐다. 알라미가 사람들을 아침에 깨워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순한 유틸리티 앱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따라 어떤 이들은 스톱워치나 타이머 같은 기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이들은 수면을 돕는 기능이나 아침을 성공적으로 돕는 기능들은 알라미에 넣는게 아닌 다른 앱으로 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 끝에 딜라이트룸의 근간이 되는 목적은 '사용자를 확실히 깨우는 앱' 이며,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은 ‘성공적인 아침’으로 정해졌다. 그 후에는 비효율적인 소통이 줄어들고 업무 효율성이 개선됐다. 조직원들이 생각하는 제품의 본질이 일치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소는 ‘투명한 소통’이었다. 서로가 각자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며 건설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한 덕분에, 의견 차이를 극복하고 같은 목표에 공감할 수 있었다. 2021년 딜라이트룸 목표, ‘사용자의 성공적인 아침’에 기대는 가치2021년 딜라이터들은 새로운 목표에 빠르게 적응하고 성과를 냈다. 그동안 회사와 함께 비전을 맞춰가는 과정을 거쳐온 덕분에 여러 변화에도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사용자의 성공적인 아침’은 거창하게 들릴 정도로 높은 이상이지만, 딜라이터들은 현실적인 서비스로 이를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고 있다.
높은 매출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냈다. 10월 인공지능(AI) 기반 침대 매트리스를 개발하는 '삼분의일'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삼분의일은 사용자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분석해 알맞은 온도를 설정해주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딜라이트룸과 성공적인 아침을 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11월에는 한양대학교 ERICA ICT 융합학부와 산학협력을 맺었다. 스마트폰 센서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용자가 아침에 느끼는 컨디션을 정량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MWI(Morning Wellness Index)'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다.
2022년에도 딜라이트룸은 성공적인 아침을 실현하는 데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알라미 제품 단에서는 사용자가 잠에 빨리 들 수 있도록 '슬립 사운드' 기능을 알라미에 탑재해 잠에 빠져드는 입면 단계에서도 가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올해 초 산학 협력을 맺은 한양대 ICT 융합학부 고민삼 교수를 연구 책임자로 영입해 본격적인 MWI 개발에 착수했다.
이처럼 딜라이트룸은 ‘사용자의 성공적인 아침’을 실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성과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이제 알라미 MAU는 450만을 넘어섰다. 알라미를 통해 사람들이 잘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서 성공적인 아침을 맞을 수 있는 기능들이 나오게 되면, 우리는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기대와 설렘 속에서 우리가 세운 도전적인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한발짝이라도 더 나가기 위해 오늘도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다.
신재명 | 딜라이트룸 대표
알라미를 통해 알람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딜라이트룸은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는 모든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깨우고 하루하루 삶을 열어주는 기능을 개발합니다. 최종 목적지는 ‘모닝 웰니스 솔루션’으로, 자기 전부터 기상 후 생활 습관까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