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국 배터리 업체 궈쉬안(國軒)이 미국에 배터리 소재 공장을 짓는다. 미국 제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한 행보로 분석된다.
7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궈쉬안은 미시간주에 23억6000만달러(약 3조33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제조 시설을 건설하기로 주 정부와 합의했다. 미시간에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디트로이트가 있다.
궈쉬안의 소재 공장은 양극재 연 15만t, 음극재 연 5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전해액, 분리막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4대 소재로 꼽힌다. 양극재 15만t은 전기차 150만~200만대분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량이다. 궈쉬안의 미시간 공장은 약 235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미시간주는 7억1500만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과 추가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궈쉬안의 미국 투자는 미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을 보호시키려는 IRA에 대응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IRA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하고 배터리의 핵심 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 및 우호국에서 조달한 전기차에만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주도록 규정했다. 미국은 2030년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며, IRA를 통해 자국 관련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의 이런 조치에 맞춰 북미 지역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결정을 미루고 있다. 중국 1위 CATL이 멕시코공장 건설을 추진하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궈쉬안은 최대주주가 지분 24.8%를 보유한 폭스바겐이어서 미국 진출 결정에 부담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궈쉬안은 지난해 12월 미국 완성차업체(미공개)에 2023~2028년 총 200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 체결하는 등 미국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해당 고객사와 배터리 및 소재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다만 이번에는 미국에 배터리 완성품 공장을 지을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8월 궈쉬안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9%로 8위다.
한편 폭스바겐이 10억유로(약 1조3800억원)를 투자해 소프트웨어(SW) 개발 합자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연간 판매량의 40%인 400만대를 중국에서 판매하며 이익의 절반을 중국에서 거두고 있다. 상하이, 이치, 장화이 등 현지 완성차업체들과 합자사를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디지털 혁신 부문에서 미국과 유럽을 앞선다고 평가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