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우리는 왜 '타다'에 선뜻 타지 못했을까?

입력 2022-10-10 10:01

‘타다’는 승합차를 유료로 타려는 이용자와 운전자를 연결해주는 차량공유 앱 서비스입니다. 승합차는 일반 택시보다 크고 마을버스보다 작은 차종을 말합니다. 대개 11~15인승입니다. 2018년 10월 ‘타다’라는 글자를 새긴 차가 처음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미국에서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가 주목받은 터여서 타다는 한국식 우버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택시업계가 반발한 겁니다. “택시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택시 영업을 한다”고 주장했고 수사당국인 검찰이 1년 뒤인 2019년 10월 타다 운영업체 VCNC의 박재욱 대표와 모기업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타다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모바일 앱과 승합차를 잇는 혁신 서비스’인지, ‘무면허 택시 영업행위’인지를 놓고 양측이 3년간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누가 재판에 이겼느냐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타다 재판의 이면에 웅크리고 있는 생각들에 주목해야 합니다. 혁신과 기득권의 대립, 새로운 것과 기존에 있던 것 사이의 충돌, 현재와 미래, 진화와 도태 같은 이슈들이죠.

논술 측면에서 공부 할 내용이 참 많은 ‘타다’입니다. 법정 공방을 벌이는 사이 타다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요?"차량공유 타다, 택시 아닌 렌트 서비스"…두 번 무죄 받았지만 사업은 금지됐어요
2018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카카오에 합병됨) 창업자 이재웅 씨는 새로운 차량공유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타다’입니다. 이 서비스는 금세 주목받았습니다. 한국의 ‘우버(Uber) 서비스’로 불릴 정도였죠. ○타다 원조는 우버 우버는 타다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의 원조입니다. 우버 택시는 2010년 6월 미국에서 처음 나왔고 이후 각 나라로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우버는 승객과 빈 차를 연결해주는 혁신적인 모바일 앱 서비스입니다. 우버 택시가 나오기 전 사람들은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 위에서 빈 차를 보고 손을 흔들어야 했습니다. “택시”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죠. 오랜 시간 도로에 있어야 했고, 목적지가 안 맞으면 탑승을 거부당하기도 했죠.

우버 택시는 혁신적이었습니다. 이용자들이 모바일 앱에서 서비스를 신청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등록 차량과 연결되죠. 목적지, 가격, 시간 등을 협의할 수도 있습니다. 편리성이 장점이었습니다.

우버 택시는 곧 기존 택시업계와 마찰을 빚었습니다. 택시업계는 누구든지 자기 차량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면 택시 면허제도가 왜 필요하냐고 따졌죠. 무면허 택시 사업을 아무나 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맞섰어요.

우버 택시 측은 신기술 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용자 편리를 위한 정보제공 사업일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논란의 와중에도 우버 이용자들은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것을 알아보는 법이죠.

타다 서비스도 그랬습니다. ‘시작은 미미하나 미래는 창대하리라’는 말처럼 타다는 점점 입지를 넓혀갔습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택시업계가 반발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10월 타다는 불법 택시영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기소됐습니다. 기소는 재판에 부쳐졌다는 뜻입니다. 유죄냐(택시업계 주장) 무죄냐(타다 측 주장)를 다투는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결론은 1심과 2심 모두 무죄였습니다. 택시업계의 주장과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고 법원은 봤습니다.

쟁점은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이냐, 렌터카 계약이냐에 있었습니다. 택시업계와 검찰은 타다는 면허 없이 유상으로 여객운송 사업을 한 것이므로 여객운송자동차법을 어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불법 콜택시 영업이라는 겁니다. 해당 법은 ‘자동차대여 사업자는 사업용 차량으로 유상 여객운송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죠. 택시 면허 없이 택시 영업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타다 측은 해당 법의 시행령을 보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시행령에 따르면 ‘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에는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고 돼 있습니다. 타다 차량이 일반 승용차보다 큰 승합차로 구성된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타다는 택시 크기인 일반 승용차를 연결해주는 우버 택시 서비스와 달리 승합차를 대상 차종으로 선택한 겁니다. ○상처 뿐인 영광
법원은 “타다는 일반 택시처럼 요금을 받고 승객을 실어 나르는 ‘유상 여객운송’이 아니라 모바일 앱에 기반을 둔 초단기 승합차 렌터카 서비스”라고 했습니다. “타다 서비스는 운전자가 딸린 승합차를 이용자가 필요한 때 렌트하는 것일 뿐이고 이용자와 타다의 모기업인 쏘카 사이에 렌트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타다가 고객을 잠식한다’는 택시업계 주장에 대해 법원은 “택시보다 비싼 요금에도 타다 이용자가 증가하는 것은 ‘시장의 선택’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판결이 이렇게 났지만 타다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타다를 원천적으로 막는 금지법이 1심 판결이 나온 직후인 2020년 3월 통과됐기 때문입니다. 2심 판결이 나온 지난달 29일 타다 서비스 회사 VCNC의 박재욱 대표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스타트업의 도전이 법과 제도로 좌절되는 일이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NIE 포인트1. 차량공유 서비스가 무엇인지,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알아보자.

2. 우리나라 타다와 미국 우버 서비스의 차이를 비교해보자.

3. 타다 분쟁의 쟁점을 알아보고 기존 택시 서비스와 어떻게 다른지 토론해보자.혁신은 자유로운 경쟁 허용할 때 꽃피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면 도태되지요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기업가 정신과 경제적 진보> <부의 탄생> <인류는 어떻게 진보하는가> <마천루-fountainhead>는 혁신을 강조하는 저작물입니다. 저자는 전부 다르지만, 키워드는 혁신으로 동일합니다. 혁신은 언제나 갈등을 유발합니다. 기존에 존재했던 것들과 새로 등장한 것들 간의 다툼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죠. ‘타다’와 택시의 갈등도 예외는 아닙니다. 유사 사례를 더 알아봅시다. ○타다·카카오와 택시
타다가 나오기 전 택시업계는 비교적 평온하게 사업을 했습니다. 택시와 겨룰 만한 시장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죠. 모바일 휴대폰이 일상화되자 환경은 달라졌습니다. 빠른 속도로, 끊김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정보통신 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미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가 생겼고 한국에서 타다, 카카오택시가 등장했습니다. 타다와 카카오택시는 기존 시장을 흔들었고 서서히 우세종(種)으로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은 번창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종은 도태된다는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과 유사합니다.

택시업계는 낯선 침입자들을 내쫓아야 했습니다. 타다는 고발됐고, 수사를 받았고, 결국 타다금지법이 생겨서 사업을 접었습니다. 카카오택시 역시 초창기엔 강하게 배척당했습니다. 카카오택시는 살아남았습니다. 카카오앱과 연계하지 않은 택시 사업자는 손해를 볼 정도로 대세를 장악했습니다. ○신용카드와 현금
신용카드와 현금 사이도 ‘타다와 택시 관계’와 비슷합니다. 신용카드는 2000년대 초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현금 결제가 대세였던 시기에 카드 결제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거죠. 예전엔 영화관, 음식점, 책방, 열차, 카페들이 현금 결제를 선호했습니다. 현금으로 결제하지 않으면 밥도 먹기 쉽지 않았습니다. 신용카드를 받으면 결제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손해고, 매출이 그대로 노출돼 곤란하다는 것이었죠.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손님을 내쫓는 것과 같게 됐습니다. 수수료를 내더라도 카드 손님을 더 받는 게 유리합니다. 카드가 현금을 밀어낸 케이스입니다. ○동네 가게, 대형마트, 쿠팡
동네 가게와 전통시장들은 대형마트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규제했고, 신규 출점도 제한했습니다. 이제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자리를 쿠팡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대형마트에 가지 않고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 앱을 이용해 소비합니다. 대형마트들이 “배달 앱을 규제해달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근시안적 인지와 갈등 해소
인류는 늘 혁신을 추구해왔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책들은 그런 과정을 잘 드러냅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과거의 것은 낭만적으로 보고, 최근의 것은 나쁘게 보는 ‘근시안적 인지’가 작용하는 거죠. 진화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는 그 이유를 파급력이 강한 언론 보도에서 찾았습니다. 언론들은 평화로운 것을 보도하지 않고 폭발과 화재, 전쟁, 사망·살인 사건을 매일 주요 뉴스로 취급합니다. 여기에 노출된 시청자들은 현재가 언제나 지옥인 것처럼 느끼고, 급기야 과거가 더 좋았다는 인지적 부조화에 빠져든다는 겁니다. 핑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폭증하는 배달 물건, 배달원의 과로사, 택시 시위, 소상공인의 수수료 반대 보도를 보면 혁신은 악마처럼 보입니다.

혁신은 사회가 개방적이고 자유로울 때 잘 나타납니다. 누구라도 새로운 것을 들고나올 수 있는 환경, 그런 것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환경일 때 혁신의 꽃은 피어납니다. 혁신과 전통 간 갈등을 해소하는 토론문화, 협력문화가 절실합니다. 이런 갈등을 잘 중재할 수 있는 정치력도 없어서는 안 됩니다.
NIE 포인트1. 혁신이 기존 시장을 흔든 사례들을 찾아보자.

2. 사람들이 왜 카카오택시를 일반 택시보다 많이 이용하려는지 토론해보자.

3. 왜 옛것이 새것보다 좋아 보이는지 ‘근시안적 인지’ 측면에서 이야기해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