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슈퍼컴퓨터 사줘도…기상청 강수 예측 '엉망'

입력 2022-10-07 09:33
수정 2022-10-07 09:37


한국 기상청이 전 세계 기상청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예측 오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컸으며, 비(강수) 예보 정확도는 최근 3년 연속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년간 독자 개발하던 예측 모델의 강수 적중도도 형편없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보 강수 정확도를 가름하는 지표(ACC, POD, CSI ) 모두 5년 연속 내림세로 나타났다. 특히 기상청이 감사원 감사에 의해 2021년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강수 적중률(CSI) 스코어의 경우 매년 낮아지면서 5년 사이 0.9가 하락하였으며 올해는 0.3대에 진입했다.

감사원은 2017년 기상청 감사에서 “우리나라는 비가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강수유무정확도(ACC, Accuracy)에서 강수와 관련이 없는 값을 제외하고 산정하는 강수유무적중률(CSI)로 봐야 정확하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모델별 강수유무적중률 스코어의 경우 KIM 모델은 3년 연속 가장 낮은 적중률을 보이고 있었다. 기상청은 2020년부터 10여년간 독자 개발하던 KIM모델을 예보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KIM 모델에는 10년간 788억여 원이 투입됐으며 2차 사업으로 2020~2026년 7년 동안 1023억원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기상청이 사용하는 현업 수치예보모델은 2011년부터 사용하던 UM모델과 독자 개발한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을 사용하며 유럽의 ECMWF모델 자료를 따로 받아 활용한다.

2020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강수유무 적중률의 평균치 스코어는 KIM모델 0.41, UM모델 0.44, ECMWF 0.46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우로 인한 피해가 급증한 올해 KIM과 UM모델 모두 각각 0.35와 0.38을 기록하며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스코어를 보였다.

기상청이 제출한 월별 오차에 따르면 오차가 가장 높은 시기의 모델은 2021년 겨울로 1월 46.9m, 2월 52.9m, 3월 52.0m의 오차를 기록했다. 이 시기는 북극한파로 인한 이상 저온 현상으로 겨우내 강한 추위와 폭설이 많았던 시기로 확인됐다.

문제는 2022년 6월 기준으로 수치예보모델을 구동하는 슈퍼컴퓨터 성능은 대한민국 기상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 사이트 ‘TOP500’에 따르면 한국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5호기 ‘구루’와 ‘마루’는 전 세계 슈퍼컴퓨터 중 31위와 32위를 차지했으며 기상청 보유 슈퍼컴퓨터 중에서는 1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UM모델을 쓰는 영국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성능순위는 207위권으로 한국 기상청의 것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졌지만, 예측오차는 더 적었다. 2021년도 기준으로 한국 슈퍼컴퓨터를 통해 구동하는 UM모델의 검증 오차는 42.3m였지만 영국 기상청 슈퍼컴퓨터를 통해 구동하는 UM모델의 검증 오차는 39.0m에 불과했다.

유럽중기예보센터 역시 슈퍼컴퓨터의 성능순위는 128위권으로 한국 기상청에 비해 뒤처졌지만, 센터에서 구동하는 ECMWF모델의 예측오차는 35.9m로 KIM모델 보다 8m 가까이 적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도 예보모델이 엉성한 탓에 예측률이 낮은 셈이다.

기상청은 2023년부터는 UM모델을 KIM모델로 완전히 대체해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나,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이후에도 UM모델과 KIM 모델을 병행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UM모델 사용에는 매년 1억 5000여만 원과 ECMWF 자료 사용료 6000여만 원을 납부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슈퍼컴퓨터 도입과 KIM모델 개발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기상청 예보의 정확도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한국형수치예보모델 사업이 국내 특성에 맞는 날씨 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업은 맞지만, 오차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부분을 개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