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지난달 1일 제28회 통계의 날을 맞아 데이터 생산과 대국민 서비스 확대 등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9월 1일은 한국 근대통계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1896년 호구조사 규칙이 시행된 날이다. 통계청은 이날을 통계의 날로 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승인통계는 1294종에 달한다. 물가, 고용, 산업활동과 같은 66종의 국가 주요 통계는 통계청에서 직접 작성한다. 국가통계는 정부는 물론 개인의 각종 의사결정을 돕는 공공자원이다. 공공재로서 제 기능을 하려면 통계 자체의 정확·일관·중립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한훈 통계청장은 “통계청 본연의 임무인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통계생산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과학적 표본설계와 정기·수시 품질진단을 좀 더 꼼꼼히 관리해 고품질 통계생산을 지속하고 내실을 다지면서 증거 기반 정책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가통계가 모래알 같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국가통계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작성되는 분산형 시스템이다. 각 부처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 공유보다 칸막이를 더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통계의 활용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실례로 현재 한국 가계부채는 1859조원에 달한다. 가구 특성·지역별 가계부채 통계 하나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1위지만, 고령층의 소득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각 부처 자료가 합쳐져야 하는데 연계되지 않아서다.
한 청장은 “흩어져 있는 각종 자료의 연계·활용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이달 말 신용정보와 통계등록부를 연결한 가계부채 통계 연구 결과를 우선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 10월에는 국민·직역·개인 등 11종의 연금 정보를 연결한 포괄적 연금 통계 서비스도 개시하기로 했다. 노인복지 정책과 연금 개혁 정책을 설계하는 데 주춧돌이 될 것으로 통계청은 기대했다.
통계청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작성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연령대별, 가구 특성별 물가지수를 검토해 다양한 현실이 물가 지표에 반영되게 한다는 계획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속보성 지표 작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모바일 인구이동정보, 신용카드 이용내용과 같은 빅데이터로 속보성 지표 작성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임상데이터 네트워크(K-CURE)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통계등록부의 사망 원인 데이터와 결합 서비스를 제공해 증거 기반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통계청은 통계등록부 개방 확대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과학적 국정 운영을 돕기로 했다.
통계청은 국가통계 생산과 품질관리는 물론 다양한 통계 데이터도 서비스하고 있다. 서비스 기준은 이용자가 만족할 때까지로 정했다. 생활밀착형 통계정보 서비스를 중심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리정보에 통계를 더한 통계지리정보서비스(SGIS)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개인과 기업이 창업과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시각화 서비스도 확대해 국민들이 쉽게 통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더 나은 환경을 적극 행정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한훈 통계청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국가통계를 확대해 과학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