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국감 집어삼킨 '박수홍 父 폭행'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2-10-06 11:45
수정 2022-10-06 13:06

최근 방송인 박수홍 씨와 가족 간의 분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국정감사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씨가 검찰 대질조사 중 부친으로부터 폭행당한 후 실신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4일 일부 시간대에선 검색량이 33배가량 차이가 나기도 했다. 그만큼 박 씨의 사건이 사회적 충격을 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이번 국감에서 여야 간 공방이 여느 때보다 거치면서 국민적 피로감이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수홍 관심도 100인데 국정감사는 3
지난 4일 오후 12시께 검색량 지표 네이버 데이터랩과 구글 트렌드에서 각각 '박수홍'의 검색량이 100을 기록할 때 '국정감사'는 3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33배 차이다. 박수홍 검색량은 네이버와 구글에서 각각 40%, 10%를 웃돌고 있는 가운데, 국감 검색량은 두 포털에서 각각 3~6을 넘어서질 못하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과 구글 트렌드는 가장 검색량이 많은 날을 100 기준으로 놓고 상대적인 검색량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로 대중의 관심도를 파악할 수 있는 척도로 활용된다.

연중 정치적인 중대사인 국감보다 박 씨가 대중의 압도적 관심을 받은 모양새다. 4일은 10시경 서울서부지검에서 예정된 대질 조사에 출석한 박 씨는 부친으로부터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일이 발생했을 때다. 박 씨는 이후 과호흡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 씨의 부친은 당시 "자식이 인사를 안 했다"는 취지로 폭행 사유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사건이 그만큼 사회적 충격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친형과의 횡령 문제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3월에도 한 아동복지센터에 1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그간 선행을 베푸는 유명 인사였던데다 친형의 횡령 의혹에 부친의 폭행·폭언 뉴스까지 더해지면서 사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탓이다. 박 씨는 지난해 4월 친형과 형수를 횡령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약 116억원으로 소멸시효로 인해 최근 10년 치만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날 OBS뉴스에서 "가족으로부터 저런 상황이 된다면 신체적인 고통보다는 정신적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면서 "이런 모습 혹은 소식을 들은 국민들도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으로는 최근 여야 충돌이 과해지면서 국민적 피로가 커진 탓도 국감의 관심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감은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고 당정이 이를 방어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대통령이 교체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국감이 치러지면서 여당에 의한 전 정권 심판까지 같이 이뤄지면서 정쟁 과열 현상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래 국감은 시끄럽기 마련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 선거 일정이 조정되면서 새 정부 출범 첫해 국감이 더 시끄러워진 측면이 있다"면서 "창과 방패로 나뉘어야 할 국감인데, 이번에는 서로 공격하는 모습이 나오면서 유난히 시끄러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친족상도례' 검색량 사상 최고치
…박 씨 가족처럼 유사 악용 우려도
박 씨 가족 사건으로 최근 형법의 '친족상도례'에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전날 친족상도례 검색량은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 씨 부친이 모든 횡령과 자산관리를 본인이 했다고 주장하면서 친족상도례 악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친족상도례란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간 일어난 절도·사기·배임·횡령·공갈죄 등 재산 범죄 형을 면제하는 특례조항이다. 형은 비동거 친족으로서 범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 고소하면 처벌할 수 있지만 부친이 횡령한 경우 친족상도례 대상으로 형이 면제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박 씨의 사건에선 친형이 설립한 법인 횡령 건으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법조계 전망도 나와 향후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친족상도례, 국민 85%가 반대한다는 조사도
국회서 관련법 발의해 논의 중 최근 박 씨의 사건으로 인해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친족상도례에 대한 글이 빗발치고 있다. 박 씨의 사건을 보고 친족상도례를 악용할 우려가 제기된다면서 "이런 법은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가 대부분이다.


지난 4월 중앙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형법에서 친족상도례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씨 가족 사건 여파로 인해 지난해 6월 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친족상도례 폐지를 골자로 형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의 중이다. 이성만 의원 등은 발의안에서 "가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그 형태 또한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친족상도례 적용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왔다"면서 "최근 친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여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7월 내놓은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의 개정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친족상도례 제도가 아예 없고, 이웃국인 일본도 한국보다 적용 범위가 좁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 제도를 처음 형법에 도입한 프랑스도 적용 범위를 존속, 비속, 배우자만 명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펴낸 김광현 입법조사관은 "한국의 친족상도례 조항은 유사 규정을 둔 외국 국가들에 비해 가해자에게 유리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형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