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2022 노벨문학상에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입력 2022-10-06 20:10
수정 2022-10-06 23:19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

자전적 소설로 시대를 향해 도발적 질문을 던져온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82)가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손에 넣었다.

6일 스웨덴 한림원은 현지 시각 오후 1시(한국 시간 오후 8시) 에르노를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 측은 "개인적 기억의 뿌리,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감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탐구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1940년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난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소설로 독보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1991년에 에르노가 발표한 <단순한 열정>이 대표적이다. 이 소설은 그가 이미 르노도상을 수상하는 등 작가로서 이름을 크게 알린 뒤에 나왔다. 내용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 "올여름 나는 처음으로 텔레비전에서 포르노 영화를 보았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선정성과 사실적 서술 때문에 평단과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을 단순하게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냉철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 결국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묻는다.

예컨대 영화 '레벤느망'의 원작인 <사건>에는 프랑스에서 당대 범죄였던 임신 중절 시술에 대한 작가의 체험이 녹아 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이 자신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대의 금기로 여겨지던 일을 독자가 체험하게 만든다. 윤석헌 번역가는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보편적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작가"라며 "에르노가 아니라면 누구도 쓸 수 없는 용감한 글을 써왔다"고 말했다.

도입부부터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전개, 문단 사이의 여백, 담담한 문체 등도 에르노 작품의 특징이다.

에르노는 그간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 작가로 거론돼왔다. 2003년 이미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제정된 프랑스 문학계 거장이다. 소설, 미발표된 일기 등을 수록한 <삶은 쓰다>로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프랑스 최고 작가의 작품을 묶어 내놓는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됐다.

국내에는 <빈 옷장>(1984Books), <탐닉>(문학동네), <단순한 열정>(문학동네), <사건>(민음사), <얼어붙은 여자>(레모) 등이 출간돼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칼 구스타프 3세 국왕이 1786년 설립한 왕립 학술원이다. 1901년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