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노조 파업에 따른 기업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노조 결의에 따르면 뭘 해도 면책하자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노조만을 위한 입법”이라고 말했다. 또 “노조에 가입한 10%의 근로자보다 90%의 미가입 근로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5일 서울 새문안로 경사노위 집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다.
경사노위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위한 대통령 직속 기구로, 1998년 ‘노사정위원회’가 모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제13대 경사노위 위원장(임기 2년)에 취임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지사를 지냈으며, 경사노위에선 윤석열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뒷받침하면서 노·사·정 대화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의 가장 큰 문제를 ‘노조 결정에 따르거나 노조에 의해 계획된 파업의 경우 폭력·파괴행위라 할지라도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합법인지 불법인지가 중요하지, 노조가 무슨 법의 잣대인 것처럼 인식돼선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노조 파업에서 드러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도급 간 격차) 완화를 위해 하도급 근로자와 원청기업 간 소통이나 협상은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누군가는 억대 연봉을 받고 누구는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문제는 입법이 됐든, 행정력이 됐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9년 경사노위 탈퇴 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관련해선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안 들어오면 손해볼 수 있는 안건과 의제를 설정해 참여를 유도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주체에 대해선 정책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또 “경사노위 테이블에서 다뤄질 의제는 ‘당위’보다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노사 어느 쪽이든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장사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 위원장을 임명하면서 “경사노위가 노동개혁의 중심축이 돼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국내 노동시장에 대해선 “한국 노동시장은 자유시장이 아니라 기득권 카르텔 구조”라며 “경직성이 가장 문제”라고 비판했다.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한번 뽑으면 내보낼 수가 없으니 (근로자는) 한번 들어가면 철밥통이 되고, (기업은) 신규 채용도 못 하게 되며, 이는 곧 노동시장 양극화를 초래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너무 과도한 입법”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징벌적이라고들 얘기하는데 그 수준을 넘어선 법으로, 다른 법과 비교해도 지나치고 자칫하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어떻게 이런 법이 시행됐는지 모르겠다. 이래서 누가 사업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첫 대외 행보로 6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는 반노동 정부가 아니다”며 “한국노총의 요청사항을 최대한 많이 듣고 사회적 대화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승현/곽용희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