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인구 정책, 전두환 때부터 잘못됐다

입력 2022-10-06 17:43
수정 2022-10-07 16:54
지금과 같은 초(超)저출산이 이어진다면 한국은 언제쯤 소멸할까. 물론 외국인 유입이 현재처럼 거의 이뤄지지 않고 기대수명도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서다. 한국 소멸 시점은 현재 인구에서 매년 증감을 따져보면 나올 것이다. 변수는 증가 쪽에선 매년 출생아와 성비,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 등이다. 감소 쪽에선 매년 사망자와 기대수명 정도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600~2700년 정도쯤 마지막 한국인이 태어나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과 숫자는 합계 출산율 2.1명이다. 장기적으로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출산율이 2.1명이다. 이론적으론 인구의 절반인 여성 1명이 평생 2명의 자녀를 낳는다면(출산율 2.0명) 현재 인구가 유지된다. 다만 자연 성비, 예상치 못한 사망 등을 감안했을 때 통상 출산율 2.1명이 인구 유지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의 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이었으며 올해 2분기는 0.75명으로 떨어졌다. 2.1명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숫자다. 한국보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먼저 닥친 서유럽 국가와 미국의 출산율이 1.5~1.8명이다. 일본도 1.3명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출산율이다.

한국이 인구정책을 편 것은 1960년대부터다. 물론 정책의 기준은 출산율 2.1명이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엔 출산율이 너무 높아 산아를 제한하기 위한 정책(가족계획)을 썼다. 통계청의 공식 통계가 시작된 1970년의 출산율은 4.5명이었다.

출산율이 2.1명을 밑돈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1983년이다. 출산율은 1982년 2.4명에서 1983년 2.1명으로 떨어졌으며 1986년엔 이미 1.5명대로 낮아졌다.

문제는 출산율이 1명대로 떨어진 이후에도 정부와 사회는 출산율 회복을 위한 어떤 정책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출산율을 낮추는 쪽의 캠페인은 지속됐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한 명만 낳아 잘 키우자’ 같은 표어나 가족계획은 1996년에 가서야 사라졌다.

전두환 정부, 노태우 정부 때는 왜 출산율 회복 정책을 쓰지 않았을까.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출산율이 2.1명을 밑돌게 되면 언젠가는 인구가 줄어들고 그 때문에 경제와 연금, 복지, 지역 등 각종 분야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잘 몰랐을 것이다.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쟁취 같은 이슈들이 더 중요했고 학계의 수준도 지금보다 낮았다.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인구 정체와 감소가 재앙이 될 것이란 인식을 20년 전부터 하게 됐으며 정부 차원에서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꾸린 게 16년 전이다. 그간 대책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분석도 활발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문제는 속도다. 총인구는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했다. 2032년엔 5000만 명이 붕괴되고 2070년엔 3700만 명대로 줄어든다. 출산율은 2025년엔 0.5명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빨리 개편하고 인구 붕괴를 막는 정책을 새롭게 내놔야 한다. 느긋하게 할 시간이 없다. 새 위원회는 단기 혹은 중기 목표로 출산율 1.3명 회복을 설정해 보길 제안한다. 1.3명은 ‘초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는 분기점이다. 일정 기간 내 출산율을 1.3명까지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이민 외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