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만 해도 유리는 그야말로 ‘금값’이었다.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이를 정교하게 조각하는 세공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탓이었다. 유리로 만든 거울은 거장 라파엘로의 작품보다 세 배나 비쌌다. 유리공예는 19세기 중반 산업혁명으로 유리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꽃피기 시작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아르누보 사조는 유리공예의 전성기를 앞당겼다.
프랑스 에밀 갈레(1846~1904)가 만든 유리 꽃병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갈레는 유리 세공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파리와 독일 마이젠탈에서 유리 기술을 배웠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스의 소도시 낭시에서 자주 본 식물 줄기와 가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갈레의 작품에선 섬세한 꽃무늬와 덩굴 등 아르누보 사조를 대표하는 특징을 볼 수 있다.
갈레는 반투명한 색유리를 층층이 쌓는 ‘카메오 기법’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화려하고 풍부한 빛깔을 구현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갈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경남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에서 에밀 갈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