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분기 해외 부동산 취득 목적으로 외국에 유출된 외화(外貨)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와 상속 목적의 해외송금도 크게 증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해 외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총 2억85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1억1580만 달러 대비 9270만 달러(80.1%) 증가한 액수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거주자란 개인과 기업, 정부 등 국내 모든 경제주체를 의미한다.
외국 부동산 취득 목적의 해외송금은 2020년 1분기 1억4220만 달러에서 같은 해 2분기 6990만 달러로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후 조금씩 규모를 회복해 올 1분기 1억1770만 달러로 늘었는데, 2분기 들어 대폭 그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2분기 외국 부동산 취득 목적의 해외송금 건수도 662건으로 전년 동기 570건 대비 16.1% 증가했다.
증여와 상속 목적의 해외송금도 올 들어 급증했다. 한국경제신문이 한병도 의원을 통해 국내 모든 경제주체의 해외송금 내역을 432개 유형별로 분류한 한국은행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증여를 위한 거주자의 해외송금 액수는 올 상반기 1억7847만 달러로 작년 상반기 1억4355만달러 대비 24.3% 증가했다.
한 의원은 “국외 부동산 취득과 증여를 위한 해외송금이 크게 증가하면서 탈세나 자금세탁 등 불법송금 발생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며 “최근 이상 해외송금 논란으로 국민 우려가 큰 만큼 한국은행과 정부는 관련 규정 정비 및 선제적 점검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 국내 거주자의 해외송금 총액은 7445억1000만달러(약 1064조원)로 작년 상반기 6420억5000만 달러 대비 1024억6000만 달러(16%) 증가했다. 가장 큰 원인은 석유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입대금 증가다. 432개 해외송금 지급유형 가운데 가장 크게 해외송금 액수가 늘어난 항목은 '사전송금방식 통관수입대금 지급'으로 지난해 상반기 1647억달러에서 올 상반기 2115억4000만 달러로 468억4000만 달러(28.4%) 증가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