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코스피와 코스닥 등 국내 대표지수를 2배 혹은 마이너스(-)2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 등장할 전망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선 진작부터 출시됐던 상품들이지만 ETN의 경우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ETF가 닿지 못하는 영역 위주로 시장을 개척해온 ETN이 이번을 계기로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7곳(삼성·신한·미래에셋·KB·한국·하나·대신증권)이 현재 한국거래소로부터 대표지수 레버리지형 ETN 22종의 상장 심사를 받고 있다. 이달 17일 동시 상장이 목표다.
기초지수는 총 4종으로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코스피200 선물지수 TWAP형'과 '코스닥150 선물지수 TWAP형'의 일별수익률을 각각 정방향 2배(레버리지) 혹은 역방향 2배(인버스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파생전략지수다. 4종목 라인업을 다 갖춰서 내놓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양대지수 중 하나를 정해 2종목을 상장하는 증권사도 있다.
국내 대표지수를 활용한 레버리지·곱버스 ETN은 이번에 처음 상장된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ETF 시장을 먼저 키워주기 위해 ETN이 사용할 수 있는 지수를 제한해 왔다. 기본적인 주가지수형 상품마저도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는 제한 규정의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ETN 시장은 원자재 등 ETF 운용이 어려운 특정 섹터에 '쏠림 현상'이 강했다.
최근에서야 금융당국은 관련 규제를 풀었다. 당국은 2020년 5월 'ETF·ETN 건전화 방안'을 내놓고 그해 7월부터 시장 대표지수 ETN의 출시를 허용했다. 이에 작년 10월 일부 증권사들은 코스피200 선물과 코스피150 선물의 움직임을 1배수 혹은 -1배수로 추종하는 ETN을 내놓았다. 이어서 최근 1년간 1배짜리 ETN 상품이 시장에 정착했다고 보고 한국거래소와 협의를 거쳐 이달 2배 레버리지·인버스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외 주가지수형, 레버리지·인버스형 상품 라인업을 갖추게 된 만큼, ETF의 틈새시장 역할을 수행해 온 ETN이 시장 전면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동일 기초자산이나 콘셉트의 상품으로 ETF 시장과 겨룰 수 있게 돼서다.
ETN은 주가지수나 원자재 등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증권사가 발행하고 만기가 있는 게 발행 주체가 운용사인 ETF와 다른 점이다.
ETF 대비 차별되는 특징은 추적오차 없이 지수 수익률을 그대로 보장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레버리지 상품인 데도 상대적으로 제비용이 싼 편이다. 평균 27bp(1bp=0.01%)이고 제비용이 들지 않는 종목도 있다. ETN은 발행사과 증권 발행과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직접 수행하기 때문에 발행·운용 비용을 낮춰도 LP활동에서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등 특정 섹터에 집중됐던 투자수요를 분산할 기회라고 본다"며 "그간 ETN에 없었던 국내 대표지수에 기반한 레버리지형 상품을 대거 출시하는 만큼 ETN 시장의 투자저변을 넓히고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국내 ETN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9조4000억원 규모다. 증권사 10곳이 305개 종목을 증시에 상장한 상태다. ETF 시장의 규모는 76조원을 웃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