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안도의 숨을 돌렸다. 국민주 겸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사흘째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2시45분 현재 전날보다 700원(1.27%) 오른 5만5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3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상승률만 6%를 넘어섰다. 주가는 지난달 29일 6만원이 깨진 뒤로 꾸준히 밀리면서 5만3000원도 내줬지만 최근 분위기를 바꿔 반등하고 있다.
현재 기준 이날 장중 기록한 고가는 5만7200원이다. 주가가 5만7000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달 6일 이후로 18거래일 만이다. 해당 고가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주가는 사흘간 8.75% 넘게 뛴 셈이다.
반도체 업황의 개선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76% 오른 데 이어 간밤(4일) 4.46% 급등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이 감산 결정을 내리면서 반도체 업종이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ARM사 인수 빅딜 기대감'이라는 개별 재료까지 부각됐다.
한때 '5만전자'를 위협 받던 주가가 사흘째 오르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낙관론이 일고 있다. 기세를 몰아 6만전자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회사도 직접 주가 부양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이번 TF 신설에는 '주가가 꾸준히 밀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로선 주가를 지지해줄 최소한의 장치가 생긴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다시 힘을 받는 모습이다. 포털 등의 종목토론방을 보면 투자자들은 '포기 않고 물타기했더니 겨우 양봉 전환됐다', '재용이형이 주가 지켜준댔다', '어제 오늘 올라서 800만원 벌었다', '한 번만 더 오르면 본전이다', '며칠 전에 살 걸 갑자기 오르니 후회된다' ,'6만전자가 코앞이다' 등의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증권가도 현 주가를 크게 웃도는 목표주가를 유지하면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도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0.1% 증가한 77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19.9% 하락한 11조300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겠지만 최근 눈높이는 많이 낮아져 있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직전 분기 실적 쇼크를 확인한 2019년 1분기 당시 단기 주가 반등을 이끌었던 핵심 논리는 자본지출(CapEx) 하향이었다. 올해 4분기는 이 때와 비교 대입할 수 있는 시기"라며 "메모리 반도체 고유 핵심 변수인 공급 축소는 메모리 주식이 코스피지수를 이길 수 있는 논리를 준다"고 말했다. 목표주가는 기존의 7만원을 유지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보다도 높은 목표주가 8만3000원을 유지했다. 전일 종가를 50% 웃도는 수준이다. 그는 "높은 영업이익률로 다운턴에서 경쟁사 대비 감익의 정도가 낮고 메모리 반도체를 뺀 다른 부문의 실적이 내년까지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주가는 이미 업황 악화를 선반영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의 가능성도 낮다. 삼성전자를 반도체 업종 최선호주로 유지한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선 공매도로 인한 주가 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서 갚는 매매 기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4906억원으로 전달보다 약 40% 늘었다. 삼성전자(5575억원), LG에너지솔루션(5344억원), SK하이닉스(3585억원) 등 증시 시가총액 상위 3종목이 나란히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1~3위 자리에 올랐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