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했던' 리츠, 한순간에 '애물단지' 전락

입력 2022-10-05 10:58
수정 2022-10-06 08:57
이 기사는 10월 05일 10: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배당금을 챙길 수 있어 '똘똘한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투자가 금리 인상, 증시 폭락 등으로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이미 증시에 상장한 리츠들은 공모가를 밑돌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신규 리츠 인가를 받은 자산운용사들은 부동산 등의 자산을 리츠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큰 난관을 겪고 있다. 고금리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신규 리츠를 준비 중이던 중견 투자운용사 5~6곳이 최근 리츠 포트폴리오 구성을 하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리츠가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고 투자 열기도 뜨거워 너도나도 리츠 인가 신청을 했다"면서 "올해 이렇게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고 증시가 얼어붙어 상장리츠마저 고전할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리츠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료 등으로 얻은 이익을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리츠를 설립하려면 국토부의 인가를 받아야한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자 '대출+리츠'로 부동산을 매입하려면 회사들이 대출금리 인상 때문에 리츠 인가를 못 받는 일이 생겨났다. 최근 IFC 인수가 '무효화'된 것이 대표적 예다. IFC를 인수하려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토부로부터 세이즈리츠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해 결국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상장 리츠들의 주가가 뚝 떨어진 것도 리츠의 매력을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상장리츠의 절반 이상이 이미 공모가(5000원)보다 낮은 금액에 거래되는 상황이다. 대표적 예로는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미래에셋맵스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NH올원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NH프라임리츠, 이지스밸류리츠 등이 있다. 신규 상장리츠도 예전처럼 인기를 끌지 못한다. 지난달 일반청약을 진행한 KB스타리츠의 경쟁률은 2.06대1로 기관 수요예측 결과(26.19대1)보다 크게 떨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리츠를 주요 투자 방식으로 채택하던 자산운용사들은 말 그대로 '손을 놓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규 리츠를 작년부터 준비했는데 올 들어 금리가 너무 오른 데다 상장리츠들의 주가도 하락세여서 새로 자산을 편입하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내에는 내놓으려면 애초 계획을 일단 미뤄두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미 리츠를 선보인 운용사들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자산을 편입하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지스밸류리츠가 광화문 트윈트리타워를 편입하려던 계획을 연기한 것, 이지스로지스틱스리츠가 여주물류센터 편입을 위한 부동산매매계약을 맺었다가 철회한 것,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미국 물류센터를 새로 편입하려던 걸 접은 것 등이 대표적 예다.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 리츠 수는 총 344개, 자산 총액은 82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상장리츠는 20개(12조원)다. 2010년 50개(7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리츠는 2015년 125개(18조원), 2020년 282개(61조3000억원), 지난해 315개(75조6000원)로 크게 늘었다. 운용 부동산의 종류는 주택이 51.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오피스(25.4%), 리테일(9.3%), 물류(7.1%), 복합형(5.7%), 호텔(0.8%)이 뒤를 이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