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은 이름부터가 잘못됐다. 불법파업에 대한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노골적으로 불복하는 행태를 미화한 네이밍에 불과하다.”
지난달 15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작명이 인간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로 힘없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체는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이라는 주장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올해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행 노조법은 노조의 정당하지 않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제한하고 나아가 합법적인 쟁의의 범위를 늘리자는 내용이다. 노란봉투법의 이름은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과 관련, 노조에 대해 총 47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자 한 시민이 “4만7000원씩 10만 명이 모금해 노조를 돕자”며 노란봉투에 4만7000원을 담아 보낸 데서 유래됐다. 노조법 개정안 후폭풍 불보듯사실 경영계 입장에서 노란봉투법은 예상하지 못했던 ‘지뢰밭’이다. 경영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문재인 정부 시절 내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제 전격 시행,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 등 노동계로 기울어진 법제도가 되돌려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노란봉투법 이슈가 급부상했고, 노동계에 반격을 준비 중이던 경영계는 또다시 전원 수비 대형으로 돌아섰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중대재해처벌법 재개정 등 숙원과제는 입에 올리기도 전에 역공을 당한 셈이다. 어찌 됐건 노란봉투법은 올해 정기국회의 ‘핫 아이템’이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패스트트랙에 태워서라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밀어붙일 기세다.
노란봉투법은 선한 취지로 포장돼 있지만 엄청난 후폭풍을 내재하고 있다. 봉투 겉면은 따뜻한 노란색일지 몰라도 그 속은 다르다. 노조법뿐만 아니라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 나아가 재산권 침해라는 위헌 소지까지 다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의 포장한 '묻지마 입법' 안돼노조법만 봐도 문제다.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금액 상한을 정하자는 주장은 애교에 가깝다. 야당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노조법 제3조(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에서 ‘이 법에 의한’이란 표현을 삭제해 폭력·파괴행위를 제외한 모든 파업에 면죄부를 주자고 하고 있다.
노조법 제2조 개정 요구는 더욱 심각하다. 개정안 상당수는 근로계약의 유무 또는 형식을 넘어 근로자성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하도급 근로자도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을 대상으로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직결된 문제로, 노조법만 덜렁 개정해 사용자 범위만 넓힌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금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노조를 위한 노란봉투법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임금 체계도 없이 사각지대에 방치된 2차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합한 법과 제도, 규범을 마련해 소모적인 갈등과 분쟁을 줄이는 일이다. ‘최저임금 1만원’ 구호에 취해 한꺼번에 16.4%나 올리고, ILO 협약 비준 명분에 휘둘려 기울어진 노조법을 만든 것처럼 ‘후폭풍은 나 몰라라’하며 후다닥 해치울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