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광고’나 ‘드라마 같은 광고’가 흔하다. 이른바 ‘광고의 콘텐츠화’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정보방어막’을 뚫으려는 방법이다. 정보방어막은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원하지 않는 정보는 차단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CU의 브랜디드 콘텐츠인 ‘편의점 고인물’은 정보방어막을 뚫은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가 ‘편의점 고인물’을 이용한 CU의 콘텐츠 마케팅을 분석했다.
편의점 고인물(사진)은 CU가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만든 총 20부작 숏폼 드라마다. CU의 아르바이트 9년차인 스태프 ‘하루’가 겪는 일상 속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내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방영된 지 39일 만에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했다. 국내에서 단일 브랜디드 영상 콘텐츠로 1억 뷰를 달성한 것은 편의점 고인물이 유일하다. 편의점 고인물의 1억 뷰는 편의점 콘텐츠 역대 최단기간, 최다 조회수이기도 하다. CU, '편의점 고인물' 1억뷰
기업의 콘텐츠 마케팅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허들은 ‘기업 유튜브는 광고일 뿐’이라는 선입견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1년 내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들여 콘텐츠를 제작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기업의 상품, 서비스, 브랜드 등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많이 노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드라마 속 간접광고도 조금만 과하다 싶으면 바로 거부감을 드러낸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마케팅이 오히려 독이 돼 돌아오기도 한다.
편의점 고인물은 광고 영상이 아니라 MZ세대의 문화 코드에 맞는 가볍고 재밌는 편의점 에피소드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광고적인 요소를 없애고 예능 콘셉트의 영상을 제작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다. MZ세대 문화 코드 적중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편의점 고인물은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전달했고, 편의점 알바생과 소비자 입장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만한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을 유도했다”며 “이런 재미와 공감은 결국 CU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U는 편의점 고인물을 기획하는 데 약 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를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는 뜻이다. 최초 기획은 기존에 성공을 거둔 5분 단위의 4부작 로맨스 장르의 웹드라마였다.
하지만 CU는 과거의 성공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기존과 다른 포맷과 내용으로 파격을 시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1분 단위의 쇼츠 시트콤 콘셉트의 20부작 드라마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빠른 영상 소비를 하는 MZ세대의 시청 취향에 맞춰 영상 포맷도 변경하고, 내용 역시 옴니버스 구성의 짧은 스토리텔링으로 모두 바꿨다. 기존 기업 영상 콘텐츠에 금기시됐던 욕설과 19금 코드 등도 극의 재미를 위해 포함시켰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CU 사례에서 주목되는 점은 과거의 성공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사실”이라며 “MZ세대는 1시간이 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보다는 ‘핵심’만 골라 소비하기를 원하는데 CU는 MZ세대의 이런 특성을 공략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