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33개 그룹 총수의 주식 재산이 19조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대기업 집단 33개 그룹 총수의 9월말 기준 주식 평가액은 45조7034억원으로 올초(64조6325억원) 대비 18조9291억원(29.3%) 급감했다.
주식 재산이 조 단위로 감소한 총수도 속출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연초 12조2269억원에서 9월 말 6조93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최대주주인 카카오 주가가 올 들어 50% 가까이 하락한 결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식 평가액도 연초 14조1866억원에서 9월 말 10조8841억원으로 3조3000억여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2조6430억원→1조634억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2조3048억원→1조1861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3조2125억원→1조8674억원),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10조1864억원→9조73억원) 등도 주식 재산이 1조원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장에서도 오히려 주식 재산이 늘어난 총수도 있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연초 6943억원에서 9월 말 8059억원으로 증가했다. 신 회장이 보유한 롯데지주 주가가 연초 2만9850원에서 9월 말 3만8300원으로 28% 이상 오른 영향이다.
장형진 영풍 회장의 주식 재산도 올초 4049억원에서 9월말 기준 4667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고려아연 주가가 약 16.7%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이순형 세아 회장(1116억원→1449억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1조1262억원→1조천367억원) 등도 하락장에서 주식재산이 늘어났다.
9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 클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올 초까지 주식 재산이 1조원을 넘겼던 이재현 CJ 회장의 9월말 기준 주식 재산은 9150억원으로 1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그룹 총수의 주식 재산은 올 초 대비 지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내년은 올해보다 경영 여건이 더 불안정해 4분기에도 주가 반등의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