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단히 무례한 짓"…與 "아직도 대통령인 줄 착각하나"

입력 2022-10-04 11:17
수정 2022-10-04 11:19

서해공무원 사건과 관련한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를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불쾌감을 표현했고, 여당은 "아직도 대통령으로 착각하고 있다"면서 날을 세우고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아직도 대통령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며 "전직 대통령일지라도 국민이 피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이 엄중한 사건에 대해선 성실히 응하는 것이 원칙이고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서면 조사 요구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직접 말했다는 언급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감사원은 평산마을 비서실로 전화해 서면 조사를 요청했고, 이에 비서실은 감사원이 조사하려는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을 요청하며 질문서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조 의원은 "감사원이 마무리하기 전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아니다. 최종 결정권자는 국군통수권자였던 문 전 대통령"이라며 "죄를 안 지었으면 겁 먹을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권을 가질 수도 없고 (조사에) 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무례하다'고 화를 낸 것을 보고 '정말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뭔가 문제가 많구나' (생각했다)"며 "문제가 없으면 그냥 이랬다고 답변하시면 될 텐데 왜 저렇게 과민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기로 한 상황이다. 고발 시기는 감사원 국정감사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당내 윤석열 정부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시도가 부당하다면서 이날부터 감사원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님을 직접 겨냥한 정치 탄압이 노골화하고 있다"면서 "이미 헛발질로 판명 난 북풍몰이를 빌미로 전직 대통령에 대해 보복 감사를 시도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 대표는 "국민을 지키라는 총칼로 경쟁자를 짓밟았던 독재정권처럼 정의를 지키라는 사정 권력으로 공포정치에 나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강력하게 경고한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이익을 위해서 남용하다가 과거 정권들이 어떠한 결말을 맞았는지 지난 역사를 꼭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날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를 향해서는 욕설을 듣고 괜찮다고 얘기하고 감사원에 대해서는 헌법기관이라고 존중해야 된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자존심도 없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국면전환용이라면) 굉장히 유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