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받아 구입 후 중고 처분 차익까지
이제는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많은 전기차 보조금이 이미 재테크 수단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말이다. 그래서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국민 혈세가 개인의 차테크 수단으로 활용되니 황당할 따름이다.
현재 1t 전기 소형 화물차의 보조금은 무려 2,400만원으로 가격의 55%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지급 조건은 없다. 누구든 사면 받는다. 용달 사업을 하지 않아도, 택배를 하지 않아도, 타던 경유차를 폐차하지 않아도 제공된다. 심지어 자가용으로 써도 준다. 1t 트럭을 찾는 사람이 많으니 구입 성공이 곧 수익 보장인 셈이다.
보조금이라는 혈세를 이용한 차테크 과정은 어렵지 않다. 4,300만원짜리 1t 전기 트럭을 구입할 때 필요한 2,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된다. 출고되면 운행 여부와 무관하게 2년을 보유하고 되팔면 된다. 물론 2년을 넘기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중고차 시장에 쏟아지는 매물 중에는 1년 미만도 많다. 이때 되파는 가격은 2,500~3,000만원 수준이다. 살 때보다 높은 가격이니 차익 실현이다.
1t 전기 트럭에 2,400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배경은 명확하다. 화물 적재와 냉난방시 실제 주행거리가 150㎞ 내외로 짧아 운행이 불편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니 불편함에 대한 일종의 보상 성격이다. 그런데 보유한 경유 트럭을 반드시 폐차하라는 규정이 없다.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만5,891대의 1t 전기 트럭에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실제 폐차된 1t 경유 트럭은 431대 뿐이다. 100% 바꾸라 했더니 2.7%만 양심적으로 전환했다. 짧은 주행거리에 따른 잦은 충전의 불편함은 차테크로 마무리하고 장거리는 쓰던 경유 트럭을 쓴다는 의미다.
소형 전기트럭 보급에 쓴 국민 혈세는 지금까지 2조원이 넘는다. 그리고 내년에는 신차 판매의 40%에 달하는 5만5,000대를 보급하겠다며 국비 7,700억원, 지방 4,500억원 등 1조2,000억원이 배정된다. 올해보다 많은 사람에게 차테크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그럼 답은 정해져 있다. 기존 노후 경유 트럭 폐차를 의무화하면 된다. 이미 LPG 1t 트럭은 제도를 시행 중이다. 경유 트럭 폐차 확인 서류가 있어야 1t LPG 트럭을 살 때 20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이것도 많다며 내년에는 100만원이다. 그런데 무려 2,400만원의 보조금을 주면서 보유하던 경유 트럭 폐차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어딘가 허술함마저 느껴진다.
문제는 지난달 28일 이미 지적된 바 있다. 국회 이주환 의원실 주최로 열린 '친환경차 지원정책의 합리적 개편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1t 소형 전기 트럭을 보급할 때 기존 경유 트럭의 폐차 조건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아울러 과도한 보조금이 중고차 거래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설명도 뒤따랐는데 참석자 모두가 개선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정작 보조금을 지급하는 환경부는 애써 어둠(?)을 감추려 한다. 중고차 사이트에 버젓이 1t 전기 트럭 매물이 수백 대 올라와도 모른 척 한다. 의무 보유 기간을 지켰는지, 경유 트럭을 폐차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오로지 보조금을 쏟아부어 판매 대수만 채우면 그만이다. 보조금이라는 국민 '혈세'가 개인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변질되는 점에는 귀를 닫는다.
보조금을 활용한 차테크는 그만큼 전기 화물차의 보급 목표가 망각됐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경유 트럭 감소 효과의 측정 자체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물론 일부에선 비대면을 언급하지만 이 점을 감안해도 석연치 않다. 수만 대를 지원했으니 엄밀하게는 조금이라도 등록이 줄어야 정상이다. 환경부로선 보조금 과다 지급을 두고 국민들의 생계를 변명 삼을 수 있지만 세금으로 차테크하는 행위마저 생계형으로 포장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 관대가 아닐까 한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