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지에 구축한 방어선을 잇달아 허물고 있다. 2일(현지시간) 동부 루한스크주(州)에 있는 리만시를 탈환한 데 이어 남부 헤르손주도 진격에 성공했다.
3일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리만시를 완전히 점령한 지 하루 만에 남부 헤르손주 일부 지역을 수복했다. 안톤 게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보좌관은 “헤르손주 미하일리이라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헤르손 방어선을 12㎞를 돌파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군이 진격에 성공한 헤르손주는 남부 요충지다. 크름반도의 상수원이나 전력 공급원이 몰려 있어서다. 북부에서 하르키우주를 수복하며 동부 전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뒤 남부에서도 성과를 낸 것이다.
지금껏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전선에서 진격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후방에 있는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차단한 뒤 부대를 포위하는 전술을 펼쳐왔다. 전력이 약화한 틈을 타 우크라이나 기갑부대가 방어선을 뚫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전쟁이 발발한 뒤로 우크라이나군이 남부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23~27일 우크라이나 동남부 4곳 점령지(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에서 주민투표를 열고 찬성 우세로 병합 결정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 중 러시아군이 온전히 통제 중인 곳은 하나도 없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영토 탈환을 목표로 남부에서 진격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의 친러시아 점령 당국 관계자는 러시아 국영 TV에 출연해서 “긴장 상태다. 그렇게 표현하겠다”며 전세를 설명했다. 러시아 당국에서 헤르손주 점령지에 파견한 키릴 스테모소브 헤르손주 관리 부국장도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선에서 좀 더 깊이 진격했다”며 “하지만 모든 건 수월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이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현한 건 이례적이다. 최근 하르키우주 전투에서 밀렸을 때도 ‘전술상 후퇴’라고 해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도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의 국경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