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가 한국을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약식회담을 하는 등 양국 간 대화가 활발해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기시다 총리는 3일 임시국회 개원에 맞춰 향후 정책 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소신 표명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교 정상화 이후 구축해 온 우호협력 관계를 토대로 한·일 관계를 건전한 방향으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월 정기국회 연설에서는 “중요한 이웃 나라인 한국에 대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10월과 12월 국회 연설의 한국 관련 발언도 올초 연설과 거의 같았다. 한국 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위안부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따라 한국 정부에 시정 조치를 계속 요구한다는 의미였다.
반면 취임 후 네 번째 국회 연설인 이날 기시다 총리는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현안을 해결할 것을 요구하던 기존의 표현 대신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또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유지하면서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에서 윤 대통령과의 약식회담이 성사되는 등 두 나라 사이의 대화가 활발해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이날 발언이 한·일 역사 갈등과 같은 현안에 유연하게 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의 토대로 “국교 정상화 이후 구축해온 우호협력 관계”를 언급한 것은 1965년 한·일 기본조약과 함께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 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 청구권 협정엔 한·일 양국과 국민 사이의 청구권과 관련한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규정이 담겨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