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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3분기 주요 기업의 이익 추정치 역시 크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방산·인프라 등의 업종은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업종과 종목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美 기업 이익 증가율 3%대로 뚝월스트리트저널,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리서치업체들은 최근 3분기 미국 기업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크게 하향했다. 팩트셋은 3분기 S&P500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3.2%로 추정했다. 지난 6월 말 9.8%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3.2%는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또 다른 업체인 레피니티브도 S&P500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4.6%로 잡았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업종이 속출하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통신서비스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올 3분기 -13.1%를 찍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11.7%), 헬스케어(-6.7%), 유틸리티(-5.4%) 등도 영업이익이 역성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에너지업종 영업이익 증가율은 116.7%로 추정돼 가장 높았다. 이어 제조업(24.2%), 부동산회사(16.2%), 자유소비재(13.7%)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S&P500 평균보다 높을 것으로 제시됐다. 제조업은 세부적으로 항공우주·방산(27%), 건설·엔지니어링(23%), 산업용 기계(20%) 등이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추정됐다.
폴 놀트 킹스뷰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2개월 전만 해도 영업이익 추정치가 이렇게 많이 내려갈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영업이익 추정치는 계속 바뀌고 있다”고 했다. 나이절 볼턴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직 미국 기업들에 대한 이익 추정치 하향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고 했다. 에너지·전력망·방산株 불경기 뚫어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는 시기에는 꾸준한 매출·영업이익 증가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와 무관한 구조적 성장주, 정책 수혜주로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조언했다.
영업이익 증가율 추정치가 견고한 업종 종목들은 주가 흐름도 양호했다. 워런 버핏이 투자한 것으로 잘 알려진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은 연초 대비 주가가 97.84% 올라 에너지주 중 가장 많이 뛴 종목으로 꼽힌다. 미국 내 최대 정유회사인 엑슨모빌도 연초 대비 주가가 37.41% 상승했다. 태양광 기업인 인페이즈에너지는 유럽발 에너지 위기로 태양광 발전이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올 들어 50.43% 급등했다.
맷 콜 스트라이브애셋매니지먼트 투자책임자는 “석유 부문은 장기간 투자 부진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롭 바넷 블룸버그 신재생에너지 수석분석가는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태양광 수요는 성장 모멘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력망 관련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들은 경기와 무관한 ‘정책 수혜주’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면서 신재생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한 전력망 설치 수요가 늘어난 까닭이다.
인프라솔루션 전문업체인 콴타서비스는 연초 대비 주가가 13.47% 상승했다. 이 업체는 송배전망·변압기 등 전력 인프라를 설치, 관리하는 사업을 한다. 원자력 플랜트 및 인프라 솔루션 사업을 하는 플루오르코퍼레이션도 IRA 관련 수혜주로 꼽힌다. 연초 대비 주가가 0.76%가량 하락했지만 시장수익률과 비교하면 선방한 편이다.
방산 분야 기업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각국의 방위비 지출이 늘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최대 방산업체로 꼽히는 록히드마틴과 노스롭그루먼은 연초 대비 주가가 각각 9.01%, 21.99% 상승했다.
니콜라오스 시스마니스 시스마니스리서치 대표는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이들 국가의 무기고가 비고 있다는 의미”라며 “방산업체들의 생산 물량 수요는 당분간 계속 확보될 수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