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정보기술(IT) 기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신규 투자를 공식화하면서 디스플레이 장비업계에 모처럼 활력이 돌고 있다. 5년 만의 투자 재개로, 오는 4분기부터 장비 수주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OLED 세계 1위 삼성디스플레이는 8세대 OLED 투자를 공식화하고 주요 장비 제조기업과 구체적인 사양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는 최근 ‘국제 정보 디스플레이 학술대회(IMID) 2022’에서 “2024년 가동을 목표로 8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IT 기기용 OLED 투자에 나서는 건 2017년 이후 5년여 만이다.
2024년 가동하려면 2023년 하반기까지 준비를 마쳐야 해 당장 오는 4분기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장비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OLED 공정 장비는 제작에만 수개월이 들기 때문이다. 예상 투자 규모는 3조~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8세대(2200×2500㎜)는 원장 크기가 6세대(1500×1850㎜)보다 커 한 번에 더 많은 패널을 만들 수 있어 생산 시간을 단축하고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장비업체들은 모처럼의 대규모 투자에 반색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6세대 양산라인에 들어간 주요 공정장비는 8세대 라인에도 거의 그대로 들어갈 것”이라며 “가뭄에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에프에이(SFA)는 라인 내에서 원재료와 기판 등을 이동하는 지능형 이송시스템(스토커) 등의 장비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8세대 양산용으로 개발을 끝마쳐 수주 즉시 공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이씨디는 OLED 플라즈마 식각 장비 공급이 유력하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아이씨디는 도쿄 일렉트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플라즈마 식각 장비 대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HB테크놀러지는 전공정 자동광학검사(AOI) 장비를 공급할 전망이다. 이 회사의 AOI 장비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하며 6세대 양산라인에도 채택됐다. AP시스템의 기존 OLED 공정 장비 및 신규 R&D 장비의 수주 가능성도 업계는 높게 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 IT 기기의 OLED 채택률이 늘어나면서 중소형 OLED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소형 OLED 시장 규모는 2021년 348억달러에서 2025년 398억달러로 14.3% 확대될 전망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