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아들' 본격 경영수업…공식행사 잇따라 참석

입력 2022-10-03 17:40
수정 2022-10-12 16:16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82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입사한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금도 롯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노무라경제연구소(NRI)가 이듬해 글로벌 경제 전망과 롯데의 미래에 대해 발표하는 ‘롯데-노무라 교류회’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올해 교류회엔 한 젊은이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신 회장의 아들인 롯데가(家) 3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 상무(36·사진)가 말석에 자리한 것이다. 지난 9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신 회장과 공식 석상에 등장한 데 이어 이번 행사에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롯데 안팎에선 신 상무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NRI 행사에 신 상무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인사로서 참석한 것”이라고 3일 말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승계를 위한 본격 등판 아니냐”는 추론은 억측이라는 얘기다. 한·일 롯데 양쪽에 신 상무의 지분은 ‘제로’다.

롯데 오너 일가와 노무라의 관계는 깊고, 오래됐다. 신 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이후 1982년부터 6년간 노무라 런던 지점 등에서 일했다. 롯데에 첫발을 디딘 건 35세 때 일본 롯데에 이사로 입사하면서부터다. 이후 한국으로 넘어와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의 전신) 상무를 시작으로 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했다.

신 상무도 이 궤적을 그대로 따르는 중이다. 그 역시 미국 컬럼비아대 MBA를 졸업한 뒤 노무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34세 때인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에 입사했다. 롯데케미칼 소속인 신 상무의 주요 업무는 인수합병(M&A)과 신사업 발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그룹의 주력을 기존 유통·음식료에서 배터리 소재를 포함한 화학, 바이오 제조, 헬스케어 등 기업 대 기업(B2B) 사업 쪽으로 옮기고 있다. 롯데지주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1억6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하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회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도 코앞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 곧바로 미국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신 상무가 영어에 능통하고 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난 만큼 배터리, 바이오 분야 해외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롯데가 투자한 쏘카에 대해서도 신 상무가 비상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신 상무는 이번 방한 일정 중에 쏘카를 체험하고, 일본 진출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